최근 몇 주간 미국 방어주 상장지수펀드(ETF)로 뭉칫돈이 쏠리고 있다. 미국 증시는 하반기 들어서도 사상 최고치를 쓰며 고공행진 중이지만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우려로 방어주 ETF를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헬스케어·필수소비재·유틸리티 등 시장 변동성이 클 때 인기를 끄는 미국 방어주 섹터 ETF에 지난달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가 순유입됐다. 이달 들어서도 헬스케어와 유틸리티 업종 ETF로 10억달러씩 유입이 이뤄졌다. 방어주 ETF는 올 상반기만 해도 36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지난달부터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반면 금융·소재·산업·재량소비재·에너지·부동산 등 경기민감 섹터 ETF는 지난달 총 72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이 6개 업종 ETF에 총 57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매슈 바르톨리니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 연구원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방어주로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며 “강세장 속에서도 ‘걱정스러운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 ETF 자금 흐름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주로 우량주를 담아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ETF 상품에도 지난달 210억달러가 들어왔다. 이 ETF도 올 상반기 38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던 상품이다.
가격 흐름이 좋은 주식에 투자하는 모멘텀 ETF는 올 상반기 11억달러가 순유입된 인기 상품이었지만, 지난달엔 8억5600만달러 순유출로 돌아섰다. 가치주 ETF도 상반기 128억달러 순유입에서 지난달 14억달러 순유출로 전환했다.
미국 주요 지수가 이달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랠리가 이어졌지만 투자자 심리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인플레이션 및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전망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7월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1% 감소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돈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비드 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원은 “그동안 채권 수익률이 너무 낮아 주식 외에는 갈 곳이 없다고 봤지만 하반기에는 주식 수익률이 떨어지고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방어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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