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레퍼토리를 수련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전국 투어에 나선다. 9개월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쇼팽의 대표곡을 포함해 난도가 높은 작품을 독주회 프로그램으로 선택했다.
그가 독주회에서 연주할 첫 곡은 레오시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인 '1905년 10월 1일'다. 악보에 적힌 지시문 중에선 '피아니시시모(ppp·아주 여리게)'부터 '포르티시시모(fff·아주 강하게)'까지 선율의 강세 변화의 폭이 큰 곡이다.
체코 작곡가인 야나체크가 자신만의 작법을 창시하며 쓴 곡이다. 체코 동부지역 모라비아 민족의 전통 선율이 작품 곳곳에 녹아있다. 음을 이어주는 잇단음표의 사용이 잦아 박자를 맞추기 까다롭고 변동도 잦다.
조성진은 이처럼 까다로운 곡을 연주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지난해에도 "알려지지 않은 명곡을 연주하고 싶다"며 폴란드 작곡가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마스크'를 독주회 프로그램으로 선택했다. 올해도 동유럽 작곡가 작품을 골랐다.
그는 자신의 장기를 발휘할 곡들도 연주한다. 조성진이 유학을 했던 프랑스의 대표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전곡(3곡)을 들려준다. 2015년 쇼팽 콩쿠르 3라운드에서 연주했던 스케르초 2번을 포함한 전곡(4곡)도 연주한다.
밤의 가스파르는 라벨 본인도 생전 연주 난도가 높은 곡이라 평했던 작품이다. 한 번에 연주하는 화성을 쪼개서 연결하는 '아르페지오'가 끝없이 이어진다. 연주하려면 양 손이 쉼없이 교차해야 소화할 수 있는 곡이다. 쇼팽의 레퍼토리도 연주가 녹록치 않다. 빠르게 전개되는 박자를 타며 음의 진폭에서 오는 역동성을 담아내야 해서다.
조성진은 오는 31일 부산시민회관에서 첫 공연을 연 후 다음달 2일에는 아트센터인천을 찍고 5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다음달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마지막 공연을 마치며 전국 투어를 끝맺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