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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한국 경제 옥죄는 반기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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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속에서 한국 기업의 활약이 눈부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한국인 최초로 헨리 포드, 카를 벤츠, 혼다 소이치로와 같은 자동차산업의 주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영업이익이 1조원을 웃도는 ‘1조 클럽’이 역대 최대인 29곳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11곳에서 대폭 늘어났다. LG전자 생활가전 부문이 상반기 매출에서 미국 월풀을 추월해 최초로 가전 세계 1위에 등극할 확률이 높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한국 기업의 DNA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위기 돌파 능력과 기업가 정신이 일등공신이다.

기업의 선전 이면에는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갖가지 장애물이 널려 있다. 반기업 정서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2021 투자환경보고서’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최고경영자(CEO)는 각종 법률 리스크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체포·기소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법률의 80%가 엄격한 영향평가 없이 의원 입법 형태로 제정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산업현장 현실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한 졸속 입법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크게 늘어난 반면 외국의 국내 투자는 지지부진한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1~2020년 국내 제조업 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12조4000억원 늘어난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4조9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종업원 50인 이상 기업 322곳을 대상으로 한 규제혁신 만족도 조사 결과 기업만족도는 49.8점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의 77.3%가 향후 기업 규제 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규제 개선 의지 부족을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노동과 세제 관련 규제가 개선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 지적됐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일찍이 “세상이 바뀌면 생각도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정책 당국의 생각과 태도는 여전히 ‘고인물’ 상태다. 규제 혁파가 한국 경제의 마중물이라는 인식이 시급하다.

내년 본격 시행될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재계 우려가 크다. 경영자의 실수에 일반 범죄자보다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 주식회사 제도가 인정하는 사업판단준칙에 대한 부정이 아닐 수 없다. 종사자 과실이 명백한 중대재해에 대해 경영책임자 처벌을 면제해 달라는 재계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모호한 시행령으로 부처의 자의적 행정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소지가 많다. 자칫하면 범법자만 양산할 판이다.

중소·중견기업의 인수합병(M&A)이 역대 최다라고 한다. 마땅한 후계자도 없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 상속세 부담 가중으로 가업을 처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인을 죄인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기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54만 명에서 137만 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최저임금 부담에 따른 자영업자의 고용유지 능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 중 신생기업 비율이 2007년 17.9%에서 2019년 15.3%로 급락한 배경에는 악화된 기업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리쇼어링 정책에도 불구하고 2017년 이후 단지 52개 기업이 국내로 돌아왔다. 대기업은 현대모비스뿐이다. 해외로 나간 기업은 1만2333개나 된다. 높은 고용비용, 과도한 규제, 반기업 정서가 크게 작용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정부효율성이 64개국 중 34위를 기록했다. 순위가 지난해 28위에서 하락했다. 공공부문의 비효율이 기업 성과를 깎아먹는 양상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관리에게 사하라사막을 관리케 하면 모래가 모자란다”며 정부 과잉 규제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기업이 성장과 일자리를 견인한다. 지금은 기업을 옥죄기보다 살리기에 전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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