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는 남양유업 회장 일가의 ‘노쇼(계약 미이행)’ 사태다. 사모펀드 운용사(PE) 업계에선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한 거래를 ‘없던 일’로 하자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거래 전반을 살폈을 때 한앤컴퍼니의 인수 조건이 매력적이었다는 덴 PE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보유한 건물과 토지 등 자산을 고려하면 기존 거래됐던 음식료업체들 몸값 기준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거래 당시 남양유업의 가치는 5850억원(우선주 가치 500억원 제외)이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난 5월 보유 중인 남양유업 지분 53%를 파는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른 것이다. 이 가격이 3107억원이었다. 당시 매각가는 주당 81만3000원이었고, 경영권 프리미엄은 주가의 52%였다.
하지만 PE업계에선 남양유업의 이런 가격이 가치보다 싸다고 보고 있다. 남양유업은 창사 이후 무차입 기조를 이어온 덕분에 빚은 1분기 기준 340억원(리스부채)이 전부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520억원으로, 이를 종합하면 1180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다.
여기에 서울 논현동에 1964빌딩 사옥도 보유 중이다. 이 빌딩은 15층 1만6529㎡ 규모로 남양유업의 자회사인 금양흥업 소유다. 현재 시세를 보수적으로 반영(3.3㎡당 3300만원)해도 약 1500억원이다. 여기에 경북 경주, 전남 나주, 세종, 충남 천안 등에 공장과 물류센터도 운영 중인데, 이들의 공시지가만 해도 1210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현금과 이들 자산의 가치만 더해도 3890억원으로, 한앤컴퍼니가 지분 52%를 사들인 가격(3107억원)을 넘는다.
PE업계에선 사옥 혹은 공장 부지 일부를 매각 후 재임차하거나 효율화하면 인수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옥과 토지 등 유형자산을 전부 처분했을 경우를 가정한 조정 순현금은 최소 39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반영한 조정기업가치(지분가치+순부채)는 2450억원이다.
통상 제조업의 M&A 경우 기업가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8~10배 수준에서 거래된다. 그런데 이번 딜에선 남양유업은 4배 수준(2019년 EBITDA는 530억원)만 인정받았다. 한앤컴퍼니는 과거 유사 업종인 웅진식품 매각 시 EBITDA 대비 12~13배로 회수한 경험도 있다. PE 사이에선 당장 큰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는 커피사업 등 적자사업부를 매각하더라도 기업가치가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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