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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골프장까지 짓는 카카오…예약·결제·모빌리티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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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경기 용인시 기흥에 1500억원을 들여 18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을 짓는다.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신개념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약, 결제, 모빌리티(이동수단) 등을 총망라한 카카오만의 ‘골프 플랫폼’ 완성을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의 첫 골프장 직접 운영
15일 용인시 및 골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VX는 자회사인 가승개발을 통해 용인시에 신갈CC 착공계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면적은 111만2514㎡(약 33만 평)다. 18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사업비는 1500억원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이 들어서는 곳은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으로 기흥IC에서 자동차로 약 10분 거리다.


가승개발은 당초 김정주 넥슨 창업자(NXC 이사)가 GS그룹 계열 리조트 운영 회사인 승산과 5 대 5의 지분 투자로 2016년 1월 설립한 시행사다. 현 신갈CC 부지의 소유주인 최씨 종중과 토지 장기임차계약을 맺고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왔다.

카카오그룹에서 골프 사업을 총괄하는 카카오VX는 올 2월 가승개발의 최대주주(지분 55%)로 올라섰다. NXC가 작년 11월 개인에게 매각한 지분 전량을 카카오VX가 사들였다. 여기에 올 2월 5%를 추가로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골프장 조성 사업에 뛰어들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골프산업에 본격 뛰어들기 위해 골프장 운영 경험을 쌓을 ‘테스트 베드’를 원했다”며 “코로나19 이후 국내 골프산업이 급성장하자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골프 플랫폼 완성 위한 ‘테스트 베드’
카카오의 골프장 운영은 골프산업의 플랫폼화를 위한 행보라는 게 중론이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린 대표적 업종인 골프산업에 카카오의 플랫폼 DNA를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골프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며 “IT 기업인 카카오가 골프장을 운영하면 아직도 아날로그 중심인 각종 서비스와 골프장 관리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디지털 기술로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골프존 등의 단순한 골프장 위탁 운영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카카오의 ‘골프 플랫폼’이 지향하는 바는 문태식 카카오VX 대표의 소신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골프와 관련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플랫폼 개발”을 공식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문 대표는 “골프에 IT 요소가 접목될 여지가 있다면 전부 다 할 것”이라고 평소 말해왔다.

카카오VX는 루트52CC와 제휴해 비대면 체크인, 무인 그늘집 운영 등 스마트 솔루션을 개발하고 순차적으로 적용 중이다. 신갈CC가 개장하면 예약부터 결제 및 이동까지 ‘비대면, 원스톱’으로 구현할 것이라는 게 IT업계의 예상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운영은 클럽하우스, 그늘집, 카트 등을 따로 운영하는 등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다”며 “IT 기업이 손대면 비용 절감과 서비스 개선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멤버 ‘김범수-문태식 콤비’의 실험
‘카카오 골프장’ 건설엔 골프 마니아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올해 목표는 80대를 안 치는 것”이라고 주변에 호언할 정도로 수준급 골프 실력을 갖추고 있다. 사명에 ‘카카오’가 붙은 15개 계열사 대표들과도 주기적으로 비즈니스 라운딩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의 골프 사랑은 타고난 승부 근성에서 비롯됐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학창 시절 그는 당구 등 승부가 걸린 게임이나 스포츠에 지면 밤잠을 못 자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카카오그룹 사정에 밝은 한 기업인은 “김 의장이 IT 골프에 관심이 많은 데다 창업 원년멤버로 골프 사업에 관심이 큰 문태식 대표가 2017년 카카오로 컴백하면서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전자과학과 89학번인 문 대표는 한게임 창업 원년멤버다. 2007년 김 의장이 NHN을 떠날 때 함께 나와서 골프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게임 시절 ‘당신은 골프왕’이라는 게임을 개발한 바 있는 문 대표는 2011년 스크린골프인 티업비전을 개발했다. 이듬해 마음골프(현 카카오VX)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골프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7년엔 스크린골프 경쟁사인 지스윙을 인수했고, 그해 카카오프렌즈가 마음골프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김 의장과 재회했다.

카카오 골프장 신설을 계기로 김 의장이 테마파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신갈CC 부지 인근에 또 다른 토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부지에 카카오프렌즈의 여러 캐릭터를 활용한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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