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과 대한항공이 해운·항공운임 급등에 힘입어 올 2분기에도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올렸다. 해운 화물대란에 따른 운임 급등으로 HMM은 올 상반기에만 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해운대란 여파로 항공 화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한항공도 다섯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두 회사 모두 계절적 성수기가 포함된 올 하반기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분기 이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
HMM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9067억원, 영업이익 1조3889억원을 올렸다고 13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 1조2000억원)를 웃돈다. 전년 동기(1314억원) 대비 열 배 이상 증가했다. 1976년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다.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9807억원)보다 많다. HMM은 1분기 영업이익(1조193억원)을 합쳐 올 상반기에만 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1조3347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47.8%에 달한다. HMM은 “운임 상승과 물동량 증가에 따라 컨테이너 적취량이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고 말했다. HMM은 2015년 1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보복 소비’가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해상운임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대표적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13일 기준 4281.53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서만 47.2% 급등했다. 국내 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미주와 유럽 항로 운임은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미주 동부해안 항로 운임은 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당 1만달러를 돌파했다.
해운업계에선 HMM이 올 하반기에 상반기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수요가 집중되는 하반기는 해운업계 성수기로 꼽힌다.
화물운송이 실적 일등공신
대한항공은 2분기 개별 기준 매출 1조9508억원, 영업이익 1969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 31% 늘었다.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1122억원)를 약 70% 웃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수요가 사라진 상황에서도 지난해 2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화물운송 사업이 효자였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1조5108억원으로,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였다. 코로나19로 여객기 화물칸을 이용한 ‘밸리 카고’는 줄었지만 화물기 가동률을 높여 공급을 늘렸다. 선박이 없어 수출을 못 하는 해운 화물대란이 일어나면서 항공 화물운송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홍콩~북미 노선의 항공화물운임(TAC항공운임지수 기준)은 ㎏당 7.9달러로, 코로나19 직전인 지난해 1월(3.14달러)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최고가(7.73달러)도 경신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 하반기엔 경기 회복에 따른 화물 수요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화물전용 여객기 등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수익 극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