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목표를 달성하고, 수출과 신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5대 경제단체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만난 자리에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 5대 경제단체장은 11일 홍 부총리와의 간담회를 열었다. 경제단체장과 홍 부총리의 간담회는 올 들어 세 번째로, 지난 4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경제계는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탄소포집기술, 수소환원기반 제철 기술 등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 만큼 개별 기업 단위에서는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내연기관차의 신차 출시 종료에 따른 기존 자동차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을 도와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태원 회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정부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천문학적 투자를 벌이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과감한 지원에 나서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전기차·수소차 등 신사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금과 인프라 지원이 필수라고 건의했다. 그는 “독일은 매년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면서 인구 1000명당 전기차 보급 대수가 8.5대지만 한국은 2.9대에 불과하다”며 “지원 예산이 매번 조기 소진되고, 충전 인프라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완화해달라는 의견도 재차 나왔다. 손경식 회장은 “처벌 규정이 과도해 경영 의지를 꺾을 소지가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에서는 물류·해운대란 해소를 정부에 요청했다. 최근 해운 운임이 급등해 중소 수출기업의 수출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다. 이관섭 부회장은 “중소기업을 위한 물류장기계약 사업 등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4.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분기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탄소중립 등 기업·경제활동과 직결되는 경제 사안에 대해 경제계 목소리를 경청하고, 최대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제단체장들은 지난 9일 발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 결정에 대해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4월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사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가석방된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손 회장은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관련해 홍 부총리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해달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석방 결정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