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대비해 선택과 집중을 서두르면서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M&A) 거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1~6월 일본 기업의 M&A는 모두 21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 1985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거래 금액도 8조4000억엔(약 87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8배로 증가했다.
일본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M&A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내년 4월부터 도쿄증시가 4개 시장에서 3개 시장으로 재편되는 것도 M&A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재 최상위 시장인 1부 시장 상장사 가운데 664곳이 새로운 최상위 시장인 프라임시장의 상장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가미오 아쓰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상장 기준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의 유력한 선택지가 M&A”라고 설명했다.
7월에도 거래 규모가 최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올해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M&A가 성사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일본정책투자은행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일본 대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12.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설비투자가 줄어든 지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세계 공급망 체계 개편에도 일본의 중국 무역 의존도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對)중국 수출액은 8조6000억엔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7%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수출이 8조엔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7조1000억엔이었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빨리 회복하면서 자동차, 반도체 제조장비, 플라스틱 등의 수출이 늘었다. 하반기 들어서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올해 일본의 중국 수출 규모는 2018년의 15조9000억엔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중국은 2년 연속 일본의 최대 수출 상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일본의 최대 수출 파트너가 됐다. 작년엔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15.1%까지 늘어난 반면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12.6%로 떨어졌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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