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 소설가들의 단편 묶음집(앤솔로지)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앤솔로지는 책 한 권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데다 젊은 작가들이 독자를 만나는 통로가 되기도 해 인기다.
도서출판 강은 최근 《여덟 편의 안부 인사》를 펴냈다. 권여선 조해진 강영숙 하명희 등 중견 작가와 임솔아 박서련 등 젊은 작가의 단편 8편을 모았다. 도서출판 강 관계자는 “코로나19란 팬데믹을 겪고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며 “소설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참신한 이야기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인사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소설집 제목은 수록작인 조해진의 ‘혜영의 안부 인사’에서 따왔다. 이 소설엔 자신이 원하는 꿈에서 멀어져가는 삶을 사는 혜영, 주원, 선아가 등장한다. 혜영은 선배의 시집 낭독회에서 휴대폰 매장 점원과 손님으로 마주친, 비슷한 처지의 대학 동창 주원에게 안부 편지를 쓴다. “우리가 어떤 과정 속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 맞느냐고, 혜영은 그렇게 묻고 싶었다. 주원이 곁에 있었다면 무슨 과정을 말하는 거냐고 되물었을 테고, 혜영은 바로 대답하지 못한 채 허공 속에서 열망의 형태가 천천히 윤곽을 드러내길 기다렸을 것이다.”
《엄마에 대하여》(다산책방)는 한정현 조우리 김이설 최정나 등 여섯 소설가의 단편을 모았다. ‘엄마’를 중심으로 삶의 빈칸을 채워 나가려는 여성들의 단단하고 치열한 여정을 다양한 시공간에서 펼쳐낸다. 소설 속 엄마들은 딸만큼은 자신보다 편히 살길 바라며(김이설, ‘긴 하루’), 때로는 분별없이 자식을 위하고(최정나, ‘놓친 여자’), 끝없이 다투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차현지, ‘핑거 세이프티’) 같다. 책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마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했던 엄마들에 대한 헌사 역할을 한다.
앞서 출간된 《여름의 시간》(나비클럽), 《요가하는 마음》(밀리의서재),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알마) 등 여러 작가가 참여한 소설집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의 글을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게 앤솔로지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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