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라이징’이 최근 출시 직후 곧바로 매출 1위로 뛰어오르는 등 업계 주도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라는 게 게임업계의 시각이다.
신작 리니지W 전격 발표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신작 리니지W의 게임 정보와 트레일러 영상 등을 이번주 공개한다. 2019년 리니지2M 출시 이후 처음 선보이는 리니지 지식재산권(IP) 게임이다.리니지W는 기존 리니지 세계관을 이어받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국내 이용자 위주였던 기존 리니지 IP 작품과는 다르게 글로벌 시장 흥행을 노린 게임이라고 알려졌다. 엔씨소프트의 해외 매출은 2018년 4818억원(전체 매출의 28.1%)에서 지난해 4032억원(16.7%)으로 줄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M, 리니지2M을 번역해 해외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다수 추가해 개발한 게임”이라며 “‘국내 출시 후 해외 진출’ 공식을 가졌던 엔씨소프트가 최초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작 발표는 김택진 대표의 지시로 예정된 일정보다 빠르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지W 개발자를 모집하기 위한 공고를 지난 7월에 내는 등 개발이 한참 진행 중인 게임의 윤곽을 앞당겨 공개하는 것이다. 공식 출시는 이르면 연내 이뤄질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미공개 프로덕트에 대한 정보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지각변동 속 주도권 다툼
엔씨소프트의 이례적 행보는 주도권 다툼이 한창인 게임업계에서 지배적 위치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무엇보다 카카오게임즈의 심상찮은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라이징은 최근 리니지M을 제치고 매출 1위(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를 차지했다. 현재 상위 10개 게임 중 5개가 1년 이내에 출시된 게임으로 다른 신작들의 도전이 거세다는 것도 또 다른 압력이다. 2017년 이후 리니지M·리니지2M을 통해 엔씨소프트가 장기간 구축한 독점 체제에 균열이 가고 있는 것이다.엔씨소프트는 리니지W 출시를 발표해 MMORPG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오는 26일)와 함께 8월 한 달간 다양한 이벤트를 줄줄이 터트리고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포석이다. 블레이드앤소울2는 2012년 출시된 PC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차기작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블레이드앤소울2로 1위 자리를 되찾고 리니지W로 해외 매출을 메워 업계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분석했다.
다른 게임사들도 참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날 상장한 크래프톤은 연내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국, 인도, 베트남을 제외한 세계 전 지역에서 사전 예약자 수 2500만 명을 넘기도 했다. 넷마블은 ‘마블 퓨처 레볼루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의 신작을 하반기에 내놓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M이 지켜온 독점 구조가 깨지고 1위 자리를 놓고 게임업계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는 듯한 징후”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