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철 때문에 죄 없는 바이커들이 도리어 욕을 먹고 있습니다."
한문철 변호사는 '억울할 뻔한 운전자를 구제해 주는' 변호사로 유명하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그는 교통사고 사례별 과실 비율을 따져 대응법을 공유하는 구독자 100만 유튜버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고 혼자 넘어진 할머니에게 치료비 2200만 원 물어준 운전자에게 조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한문철 변호사는 오토바이 운전자(바이커)들에게 '저항' 받고 있다. 이른바 '한문철 챌린지'를 통해서다.
발단은 한문철TV에 업로드된 '오토바이 묘기 대행진, 서커스단인 줄'에서 시작됐다. 블랙박스 영상 속 차주는 3차로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며 "저건 X아이다 진짜", "미친"이라고 욕을 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헬맷을 착용한 채 일어서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한문철 변호사는 "옆에 호수가 있을 거다. 구경하려고 일어난 것 같다.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통풍시키려고 그런 걸까?"라며 비웃었다.
이어 "만일 이곳이 자동차 전용도로라면 오토바이는 못 들어간다. 그렇다면 오토바이는 3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아무리 땀이 많이 차더라도, 경치가 구경하고 싶더라도 불안해 보이지 않나. 묘기 대행진도 아니고 서커스도 아니고 말이다"라고 비꼬았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바이커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들은 "오토바이 서서 타도 된다. 묘기 아니고 죽으려고 환장한 것도 아니다", "바이크 특성상 엔진이 엉덩이 밑에 있어 땀 배출하기 위해 한 번씩 들고 탄다", "오토바이에 무지한 사람이 욕부터 하고 보는 것", "항상 객관적 입장에서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현명한 변호사라고 믿고 재밌게 봤는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 변호사의 발언을 지적했다.
바이크 커뮤니티에서도 "도대체 서서 타는 게 왜 위협인지 모르겠다. 차 운전하면서 폰이나 만지지 말지" 등 반응이 올라왔다.
특히 논란이 된 영상 속 오토바이 운전자는 "무엇 때문에 공개적으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헬멧 쓰고 2차선 전방 차량 거리 유지했고 후방에 차량 없는 것도 확인했고 과속 역시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바이커들은 스탠딩 포지션은 불법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유튜버 GT YUN은 "허리가 아프거나 다리가 저리거나 땀이 차거나 엔진에서 열이 심하게 올라올 때 일어서곤 한다. 절대로 위험한 동작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동작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전 중 자동차 핸들에서 한 손을 떼는 것만큼이나 쉽다. 영상 속 라이더가 앞바퀴를 들었나 차선을 이탈했나. 욕먹을 일이 아닌 상황의 장면으로 이렇게 제작하면 어떡하느냐. 욕설을 하며 제보한 사람과 한 변호사가 분명히 잘못한 것. 바이커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한문철 변호사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같은 블랙박스 영상에 제보자의 욕설만 묵음 처리한 콘텐츠를 게재했다. 바이커들이 원했던 사과는 없었다.
한 변호사는 "영상 조회수가 17만인데 다른 영상에 비해 댓글이 너무 많다. 오토바이 타는 분들, 안 타는 분들이 서로를 안 좋게 이야기하고 있다. 적절치 않아 보인다. 그래서 영상은 내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토바이를 안 타는 분들께는 낯설게 보일 수 있는 자세다. 이번 기회에 오토바이 자세 중 하나구나 몸도 스트레칭하고 통풍도 시키려고 하나의 방법이구나 이해하시고, 바이커도 이렇게 타는 것이 자동차 운전자에게 불안하게 보일 수 있겠구나,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또 블랙박스 제보자는 "오토바이와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고 여러 번 서서 타는 걸 보고 자제해줬으면 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라이더들 의견을 보고 많이 놀랐다. 의도한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차나 제어와 방어가 가능한 상태에서 땀을 말리셨으면 하는 생각에 영상을 올렸던 것이다. 사고 났을 경우를 먼저 생각했다. 위험해 보여 제보했던 건데 뭐가 문제냐는 글을 보니 오지랖이 넓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명 영상에도 불구하고 바이커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싸움을 붙여놓고 중재자처럼 이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제보자 또한 사과를 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놨다고 입을 모았다.
인스타그램엔 '#한문철챌린지'가 진행되고 있다. 블랙박스 영상 속 바이커처럼 오토바이 위에서 선 자세로 주행하는 사진을 촬영해 인증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이 챌린지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바이크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커질 뿐인 것 같다", "일반인들 눈에는 바이크 자체가 위험할 수 있는데, 더 위험한 행동을 하면 인식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앞바퀴를 드는 과도한 행위는 당연히 지양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오토바이 전문 유튜버 류석은 "한문철 챌린지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서서 가고 있는 라이더에게 욕을 한 블랙박스 차주와 그것을 제보받고 필터링 없이 '서커스, 묘기 부린다'는 듯 비꼬며 영상을 올린 한 변호사 때문에 라이더들은 분노하고 챌린지가 생겨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하게 표현되거나 변질되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뭉쳐 챌린지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 등 이륜차의 운전자 자세에 대한 제한은 없다. 이륜자동차 운전 교본에는 스탠딩 포지션에 대한 자료가 명확이 게재되어 있다. 일어선 운전자세(일어서서 중심을 잡는 자세)는 요철이 있는 도로를 달릴 때 필요한 자세로 노면의 충격을 무릎, 허리, 팔꿈치 등 관절 구분을 사용해 흡수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쓰여있다.
단 도로교통법 48조에는 '모든 운전자는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야 하며, 도로의 상황과 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