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인텔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신임 CEO인 팻 겔싱어는 올해 취임 후 IDM 2.0 전략을 선포하며 공격적으로 인텔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IDM 2.0 전략이란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종합반도체회사) 2.0의 줄임말로 △내부 공정 강화 △자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 △외부 파운드리 활용이 핵심이다.
7월 26일에는 2025년까지의 중장기 내부 공정 로드맵을 공개했다. 수년간 공정 전환 지연에 시달렸던 동사가 공정 변화 주기를 1년으로 단축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이를 통해 2024년까지 TSMC와 삼성전자와의 공적 격차를 따라잡고, 2025년부터는 이들을 앞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텔은 2024년 Intel 20A(2nm) 공정부터 리본펫(RibbonFET) 트랜지스터 구조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삼성전자 3nm, TSMC 2nm 공정에 적용될 GAA (Gate all around)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미 퀄컴(Qualcomm)이 Intel Foundry Service에 해당 공정에 대한 물량을 발주한 상태임을 밝히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2025년부터는 이를 개량한 Intel 18A (1.8nm) 공정 제품이 양산될 예정인데, 차세대 EUV 기술인 High NA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런데 아직 인텔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동사는 수년간 14nm에서 10nm로의 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도 차기 서버 CPU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가 또다시 6개월 지연된 바 있다. 또한 경쟁사들도 High NA를 보다 이른 2023~2024년에 도입할 것이라 알려진 바 있어, 과연 인텔이 이들을 공정에서 앞지를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지금은 경쟁사 AMD에 점유율을 계속 빼앗기며 올해와 내년 이익이 역성장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투자기회는 포착할 수 있다. IDM 2.0 전략의 또다른 핵심은 외부 파운드리 활용이다. 내부 공정은 강화하되, 일부 CPU 생산은 외부 파운드리에 위탁할 계획이다. 만약 인텔이 연초 보도대로 2023년 TSMC에 제품을 위탁할 경우 제품 경쟁력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최신 CPU를 모두 TSMC에 위탁하고 있는 AMD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2023년부터는 인텔이 점유율 하락을 멈추고, 오히려 다시 점유율을 회복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동사 주식은 섹터 내 최저 수준인 12개월 forward 12배에 거래 중이다. 올해 들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2~25배 사이에 거래되어 왔다. 인텔은 섹터 평균 대비 50% 가까이 할인 거래 중인 셈이다. 단기 이익 전망 개선은 어렵겠지만, 중장기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가시화될수록 지금의 50%라는 과도한 밸류에이션(valuation) 할인 폭은 축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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