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보고서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우정사업본부가 대우조선해양과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2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등이 물어야 할 배상액은 1심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부장판사 차문호 장준아 김경애)는 “대우조선해양과 고재호 전 대표, 김갑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우정사업본부를 운영하는 국가에 15억48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공동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당시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에 전체 배상액 중 5억144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대우조선해양이 허위 재무제표가 포함된 사업보고서를 공시해 우정사업본부가 손해를 본 사실을 인정하고 약 11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우정사업본부가 입은 손실의 일부는 분식회계와 관련이 없다는 대우조선해양 측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배상액이 크게 줄어든 것은 분식회계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기간을 1심과 2심 재판부가 다르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허위 재무제표가 포함된 반기 사업보고서가 제출된 다음날인 2013년 8월 16일부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실이 처음 알려진 2015년 7월 14일까지 주가가 분식회계 영향으로 하락했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2013년 8월 16일부터 2015년 5월 3일까지 주가 하락분은 분식회계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2015년 5월 3일은 대우조선해양이 2006년 3분기 후 8년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날이다.
재판부는 그 이전에 나온 의혹 보도나 소문은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고 봤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조선 3사가 조선업계 불황으로 주가가 함께 하락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날 개인투자자 290명이 대우조선해양과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 1심 배상액(약 146억원)보다 줄어든 약 13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과 전직 임원들은 2012~2014년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 전 대표와 김 전 CFO에 대해선 각각 징역 9년과 6년이 확정됐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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