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이어 구글도 '반도체 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CNBC 등에 따르면 구글은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픽셀6와 픽셀6프로에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텐서(Tensor)'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저가 모델엔 그대로 퀄컴 반도체가 들어간다.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설계에 기반한 텐서는 구글의 머신러닝 프로그래밍 플랫폼 '텐서플로'에서 이름을 따왔다. 머신러닝(기계학습)과 인공지능(AI)을 통해 사진·영상 처리, 전력 소모, 보안, 번역과 음성인식 등의 성능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이 글로벌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애플과 삼성전자에 맞서 프리미엄급인 픽셀 시리즈 가격을 낮추면서도 성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릭 오스털로노 구글 하드웨어 부문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픽셀 폰은 기존 기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개발한 진보된 기능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데 어려움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칩(텐서)이 구글 스마트폰의 사진·영상 처리 성능을 더 높여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반도체 독립' 움직임이 잇따르는 것은 범용 제품이 아닌 자사 제품과 최적화된 칩 설계를 통해 성능을 끌어올릴 뿐 아니라 보안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서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6월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향후 2년 안에 모든 '맥(Mac)' 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칩셋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그해 11월 'M1 칩'을 탑재한 맥북을 공개했다.
이미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에 자체 개발 칩셋을 적용해왔던 애플이 고성능 칩이 필요한 맥 시리즈에도 '칩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인텔과 15년 만에 결별하게 됐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