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 초 선보인 자사의 위치 추적용 기기 '에어태그(Airtag)'에 쓴 맛이 나는 건전지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동전 모양 건전지를 삼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쓴 맛 건전지 사용 금지 방침은 애플이 아동 안전에 무심한 것 아니냐는 반발도 사고 있다.
문제의 쓴 맛 건전지는 무독성의 쓴 맛 코팅을 입힌 제품이다. 듀라셀이 고안한 기술로, 어린이들이 리튬 동전 건전지를 삼켰을 때 쓴 맛을 느끼고 바로 뱉을 수 있도록 했다. 리튬 건전지는 알카라인 건전지에 비해 전압이 2배로 높아 장기에 손상을 입히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맥루머스에 따르면, 애플은 배터리 교체 지원문서에서 에어태그 사용자들에게 "무독성 쓴 맛 코팅이 적용된 배터리를 사지 말라"고 했다. 특수 코팅 탓에 제품이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에어태그는 동전과 유사한 모양과 크기의 CR2032의 리튬 건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같은 애플의 행보를 비꼬고 있다. 한 누리꾼은 "딸기맛이나 체리향이 나는 배터리는 에어태그에 써도 되나요?"라고 반문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자녀 손가락을 절단하거나, 에어태그를 사용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쓰기도 했다.
에어태그는 출시 직후 건전지를 너무 쉽게 교체할 수 있어 어린이들이 만지면 위험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쓴 맛이 나는 건전지를 에어태그에 사용하지 말라는 애플의 이번 방침이 도다른 아동 안전 이슈로 번질지 주목된다.
앞서 호주의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에어태그가 건전지를 너무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서 지난 6월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에어태그를 아이들 가까운 곳에 놓지 말라"는 공식 성명을 냈다.
에어태그는 뚜껑을 살짝 돌려 열어 안에 있는 건전지를 꺼내 교체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호주 소매업체인 오피스웍스는 아이들이 배터리를 삼킬 위험이 있다며 에어태그 판매를 중단했다. ACCC 성명이 나온 뒤 애플은 제품 박스와 내부 설명서에 동전형 건전지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 표시를 넣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맥루머스는 애플의 배터리 교체 지원 문서를 인용해 "쓴 맛 코팅이 된 CR2032 배터리는 배터리 접촉과 연관돼 문제가 되고 있어 에어태그나 기타 배터리 구동 제품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애플은 올해 초 에어태그를 출시했고, 배터리 수명이 길어 아직 사용자들은 배터리 교체를 필요로 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