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 관련 후폭풍이 거세다. 김씨를 비방하는 문구는 지워졌지만 여전히 벽화가 게시된 서울 관철동 중고서점 근처에서는 시위가 이어지는 등 이틀 연속 이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여권에서는 때늦은 비판이 제기됐고, 야권은 여성가족부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30일 벽화 제작을 지시한 서점 주인이자 건물주인 여모씨는 ‘쥴리의 꿈’ ‘쥴리의 남자’ 등 논란이 된 문구를 직접 지웠다. ‘쥴리’는 ‘윤석열 X파일’ 등의 문건에서 과거 김씨의 예명으로 거론된 것이다. 여씨는 벽화에 적힌 문구는 삭제했지만, 김씨를 그린 듯한 여자 얼굴은 벽화에 그대로 남겨뒀다. 이에 일부 시민은 흰색 페인트로 문구가 지워진 자리에 쥴리의 꿈과 쥴리의 남자 등 김씨 비방글을 그대로 적어 넣어 논란을 조장했다.
전날 개인방송업자와 시위자들이 서점 일대에 몰리면서 폭행 신고도 발생했다. 이날도 서점 앞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소란이 일었다. 벽화에 ‘문재인 OUT’이라는 문구가 추가되는가 하면 ‘사장님은 최고의 건물주이십니다’란 문구가 적힌 꽃다발이 배달되는 등 진영 대결 구도 양상까지 띠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벽화와 관련해 이틀 연속 논란이 일자 “표현의 자유도 존중해야 하지만 금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고 비판 입장을 밝혔다. 벽화 논란이 발생한 전날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여성 인권 침해를 방관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종로의 한 서점 벽화 문제와 관련해 송영길 대표와 지도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씀이 있었다”며 “인격 침해, 나아가 인격 살해 요소가 있는 이런 표현은 자제하는 게 옳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여가부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한국 여성운동가들과 여가부가 추구한다는 가치는 어떤 정치 세력과 관련된 일인지에 따라 켜졌다, 꺼졌다 하는가”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여성 인권, 양성평등과 관련해 명함을 판 사람이라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 사건인데 모두 어디에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여가부 장관은 무엇을 하고, 그 수많은 여성단체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무서운 나라에서 소름 끼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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