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무거운 말이다. 그렇기에 대부분 고통을 피하려 애쓴다. 직장에서 고통이란 단어는 비즈니스의 주요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우리가 생의 대부분을, 최소 10만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도 말이다. 인간 존재의 근본 개념인 고통이 직장에서 분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컴패션(compassion, 연민)’이라는 새로운 과학(?) 덕분에 고통을 직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컴패션이 비즈니스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고통은 동료인 인간의 불운을 함께 느끼라고 가르친다”고 괴테가 말했듯이 ‘컴패션 경영’이란 타인의 고통을 알아차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관대하게 해석하며 공감하고 돕기 위한 행동까지를 아우른다. 그런데 직원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한들, 조직이나 회사가 그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까. 개인 삶의 고통은 업무와 관련된 요구 사항과 별개가 아닐까.
이런 말들이 그럴듯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자명하다. 직장에서 느끼는 고통은 직원의 역량을 갉아먹는 숨은 비용으로 귀결된다. 인원 감축 과정에서 컴패션이 부족하면 경영자는 감정적 비용을 각오해야 한다. 반대로 이런 과정을 매끄럽게 진행하면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 모두 회복력이 빨라지고 조직의 수익성이 올라간다.
고통을 법적으로만 접근했을 때 큰 대가를 치르는 경우도 우리는 종종 봐왔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소송이 두려워 의료 과실에 대해 대부분 사과하지 않는데, 결국은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자충수에 불과하다. 의사나 매니저들이 잘못을 사과했을 때 소송 건수가 줄어든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도 말이다.
문제는 동료의 고통을 알아차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통받는 이들 또한 수치심이나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로 인해 표현하기 어려워할 수 있다. 특히 ‘사적인 일은 집에다 두고 와야 한다’ ‘직장에서는 밝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 등의 낡은 관념이 조직 문화에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평소 동료들의 에너지와 업무 패턴을 파악한다면, 일탈되는 것들을 포착해냄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알아차려야 한다.
동료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제 컴패션은 발휘될 수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현실적이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이해할 때만 그 사람을 자신의 관심 영역에 두는 습성이 있다. 고통에 대한 관대한 해석을 위해서는 평소와 다른 상황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타인이 컴패션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또한 고통의 원인을 해소하는 데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하더라도, 고통을 겪는 사람과 함께 있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컴패션 활동의 마지막 단계는 고통을 완화하고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실질적인 행동이다. 탄력적으로 업무 시간을 조정해주는 일, 업무 과부하로 생기는 스트레스를 분산시켜주고 계속 살피는 일, 고통을 덜어주는 자원을 창출하는 일 등이 있다.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것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 교수인 저자들은 조직에서 컴패션이 업무 실적과 기업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이들은 컴패션을 일깨우기 위한 여러 사례를 제시했고, 모든 조직에서 컴패션을 살리기 위한 로드맵을 완성했다. 컴패션이 그저 좋은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마음챙김’을 조직 관리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초일류 기업인 애플·구글·아마존 등은 컴패션을 경영 트렌드로 도입해 고통을 성과로 전환하고 있다. “컴패션의 의미와 가치를 배우지 않았다면, 그것을 회사에 적용하지 않았다면, 나와 회사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링크트인 최고경영자(CEO) 제프 와이너는 컴패션을 아예 회사가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라고 공공연하게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컴패션은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포브스 기사에 방점을 찍고 싶다. 지금 당장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컴패션이 자리 잡은 조직 문화는 많은 난관과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주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일궈낼 것이다. 자, 그렇다면 당신은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가. 자신을 보살피고 진정한 관심을 보여주는 조직인가, 아니면 높은 성과만을 기대하는 조직인가.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