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석 가게에서 노련한 손기술로 직원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420만파운드(약 67억원)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쳐 달아난 60대 여성이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석 업체 부들스의 런던 매장에서 다이아몬드를 훔친 혐의로 룰루 라카토스(60)가 징역을 살게 됐다며 28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라카토스의 절도 행각은 카지노를 턴 천재 도둑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 비교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검찰 설명대로 영국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도둑맞은 사건이기도 하다.
라카토스는 2016년 3월 런던의 부촌 메이페어에 있는 부들스 매장을 찾았다. 그는 자신을 러시아 부호들이 보낸 보석감정사 '안나'라고 소개했다.
큰손이라는 판단에 니콜라스 웨인라이트 부들스 회장이 직접 라카토스를 응대했다. 라카토스는 220만파운드(약 35억원)짜리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총 7개의 다이아몬드를 사겠다고 했다. 전체 가격은 420만파운드에 달했다.
라카토스가 사기로 한 다이아몬드는 작은 파우치에 담긴 뒤 작은 자물쇠로 봉인됐다. 이 파우치는 매장 금고에 보관됐다가 다이아몬드 대금이 입금되면 라카토스가 받기로 돼 있었다.
파우치가 자물쇠로 잠기고 나서 잠시 뒤 매장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웨인라이트 회장을 바꿔달라는 전화였다. 수화기 건너 상대방은 자신을 모나코의 한 호텔에서 웨인라이트 회장과 만난 러시아인 알렉산더라고 소개했다.
웨인라이트 회장은 라카토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받기 위해 사무실로 이어진 계단으로 향했다. 라카토스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라카토스는 파우치를 자신의 핸드백에 넣었다.
라카토스 앞에 앉아 있던 매장 직원은 놀라서 "안됩니다. 당장 핸드백에서 파우치를 꺼내셔야 합니다. 제가 항상 다이아몬드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라카토스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걱정할 것 없다"며 파우치를 다시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이는 미리 제작된 '가짜 파우치'였다. 진짜 파우치와 똑같이 생겼지만 그 안에는 다이아몬드가 아닌 조약돌이 들어 있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직원은 라카토스의 핸드백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파우치가 없었다. 라카토스가 핸드백 내 비밀 공간에 파우치를 숨겼던 것이다.
라카토스는 다이아몬드가 담긴 '진짜 파우치'를 가방에 담고 유유히 매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젊은 여성 2명과 다시 핸드백을 바꿔치기 한 뒤 프랑스로 도주했다.
검찰은 루마니아 태생인 라카토스가 범행을 지르기 전에 마이클 조바노비치, 크리스토프 스탄코비치 등 공범들과 함께 부들스에 대한 사전 답사를 철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앞서 조바노비치와 스탄코비치는 절도 혐의로 징역 3년8개월을 선고 받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