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과 관련한 논란이 거세다.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10.9% 인상되면서 유례없이 높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런 우려가 현실화돼 경제성장률 둔화, 고용지표 악화 등이 나타나면서 2020년 인상률은 2.9%에 그쳤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2021년 인상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직도 코로나19 상황은 현재진행형이지만 경기회복세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5.1%로 결정됐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의 재심의를 요청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명암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겁다.
전통적 경제이론에 따르면 시장에서 결정되는 균형임금보다 더 높게 설정된 최저임금은 노동수요를 줄여 고용을 위축시킨다. 특히 이런 고용 감소 효과는 생산성이 낮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또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생산비용이 높아져 물가가 오를 수 있고 생산비용 상승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한계기업이 퇴출될 수 있다.
이런 잠재적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옹호하는 이유는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소득불평등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덧붙여 최근 경제학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자본 투자를 촉진해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2010년 피터 다이아몬드, 데일 모텐슨, 크리스토퍼 피사리디스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안겨준 노동탐색모형을 활용해 최저임금 인상의 거시경제효과를 분석한 소피아 바두코와 알렉산더 야니악의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업은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의 고용을 줄이지만 이로 인해 고용된 노동자의 평균생산성은 높아진다. 자본은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들에 의해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기업은 자본 투자를 늘리고 이는 생산을 증가시킨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주장하는 경로와는 전혀 다르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대형 패밀리레스토랑은 요리사와 주방보조뿐만 아니라 예약, 고객응대 담당, 계산원, 종업원, 관리자까지 다양한 유형의 노동자를 고용한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레스토랑 사업주는 인건비 상승 때문에 음식 가격을 높이기 전에 신규채용을 보류하고 몇몇 직원을 해고하는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릴 것이다.
대신 레스토랑 입구에 자동주문기계를 설치하고 주방에서 테이블까지 간단한 음식은 로봇이 운반할 수 있게 신규 자본 투자를 늘릴 수 있다. 당연히 해고 1순위는 이런 자본으로 쉽게 대체가 가능한 경력 짧은 종업원이나 계산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 감축으로 당분간 레스토랑 매출이 부진할 수 있지만 이런 사업방식의 변화가 원활히 이뤄지면 매출이 최저임금 인상 전보다 늘어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과연 이런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얼마나 실현가능할까? 이들의 모형을 한국 경제자료를 이용해 분석 중인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은 장기적으로 고용과 국내총생산을 각각 3.5%, 1.0%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작았더라면 기업의 자본 투자 확대가 고용 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도 있었지만 인상폭이 커질수록 한계노동자 중심의 고용 감소로 인한 생산 위축 효과가 현저히 커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연속적으로 크게 인상될 경우 레스토랑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자본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운 반면 인건비 절약을 위해 고용은 더욱 줄여 결국 매출 부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할 기회를 빼앗긴 종업원은 레스토랑 실적 부진으로 미래의 재취업 가능성마저 낮아질 뿐이다. 과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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