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광산구가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맞춤형 경제정책으로 골목상권에 새로운 지역경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상권 조직화와 전문교육을 통해 쌓은 역량을 ‘경제 공공경영(거버넌스)’으로 발전시켜 위기에 강하고,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튼튼한 경제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김삼호 광산구청장은 “지역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에 활력이 돌아야 경제가 좋아지고, 일자리도 생기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며 “골목상권이 기초자치단체 경제정책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의 이런 의지는 전국 첫 자치구형 기업주치의센터 설립과 기업경제과·골목상권활성화팀 신설로 이어졌다.
○조직화·교육으로 골목상권 ‘새바람’
28일 광산구에 따르면 기업주치의센터는 맞춤형 컨설팅에 기반한 해결책 제시로 지역 중소기업, 소상공인, 사회적 경제 등 지역경제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영·자금·기술·마케팅 등 1800여 건의 컨설팅과 182건, 141억원에 달하는 중앙정부 정책자금 연계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골목상권활성화팀이 중심이 돼 뿔뿔이 흩어진 상인들을 ‘상권 공동체’로 엮어내기도 했다. 2018년 5개에 불과했던 광산구 지역 상인회는 올해 들어 20개로 늘어났다.
광산구 관계자는 “골목상권이 정부 공모사업에 적극 뛰어들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2년 연속 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 상가 시범사업에 선정된 것이 대표 사례”라고 소개했다.
광산구는 지난해 광주 자치구 중 처음으로 선운지구와 하남2지구 상가에 스마트 상가 시범사업을 유치해 총 89개 점포에 서빙로봇, 스마트미러 등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올해는 수완지구 나들목상가, 어룡동 상가가 대상지로 선정돼 120개 점포에 스마트 상가 조성을 추진한다. 상권 조직화로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비대면·디지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전문 교육을 통해 사업 역량을 기르고, 상권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광산구의 노력도 결실을 보고 있다. ‘사장님 아카데미’는 2019년부터 3년간 총 100명의 소상공인을 ‘장사의 신’으로 키워냈다. 수익 극대화 전략, 홍보 마케팅 등 실전형 강좌를 통해 참여 상인들의 매출이 18~43% 오르는 실질적 효과가 나타났다. 광산구는 이 같은 결과가 골목상권 곳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100명의 수료생을 상권 리더이자 멘토로 활용하는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광산구의 지원 아래 도산동골목상권상인회는 행정안전부의 2021년 골목경제 회복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8억원을 확보했다. 상인 스스로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콘텐츠를 고민하고 시행하는 ‘골목상권 CPR(Change Place Refresh)’ 사업, 골목상권 브랜드화 등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광산구 관계자는 “골목상권이 온누리상품권 가맹 등록과 정부 공모사업 지원 등 전통시장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골목형상점가를 지정했다”며 “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근본 제도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경제 거버넌스로 코로나19 대응
광산구가 지난 3년간 다져온 지역 경제의 탄탄한 기초체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견디는 힘이 됐다. 지역 경제 주체들이 연대·협력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나섰다는 게 광산구 관계자의 설명이다.그 결정체는 민·관·산·학·언 44개 기관·단체의 참여로 지난해 출범한 비상대책기구 ‘광산경제백신회의’다. 광산구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선제적으로 상권 매출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지역 자영업자 93%의 매출이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광산구는 곧바로 광산경제백신회의를 결성했다. 지역경제 거버넌스를 구축해 위기에 대응한 전국 유일 사례다.
광산경제백신회의는 관 주도가 아닌 각 주체의 전문성을 살리고, 다양한 지역자원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책을 추진했다. 광산경제백신 펀딩, 소상공인 1% 희망대출, 광주 최초 사장님 활력 지원금, 소상공인 냉방비 지원, 안심식당 지원, 우체국 쇼핑몰 광산브랜드관 입점, 투명마스크 지원 등 14가지 경제백신이 그 결과물이다.
특히 저신용·저소득 소상공인에게 무담보, 무보증, 대출이자 1%로 긴급자금을 지원한 1% 희망대출은 위기 극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상호 금융기관이 처음으로 힘을 모은 사례이기도 하다.
광산구 관계자는 “네 차례에 걸쳐 648명에게 희망대출 46억원을 지원했다”며 “정부와 국회 등도 이 사례를 주목해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광산구 기독교교단협의회가 동참하면서 ‘광산경제백신회의 시즌2’에 들어갔다. 광산구는 종교계 참여로 더 큰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구청장은 “위기에서 지역경제를 지켜낸 힘은 거버넌스를 통한 연대와 협력에 있었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다듬고, 한 단계 발전시켜 코로나19 이후에도 흔들림 없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