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만 가계대출이 63조원이 늘면서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보험사 등과 같은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만큼, 추가로 규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저축은행,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상호금융 금융사·협회 관계자들과 면담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6일 화상회의를 통해 상호금융 임원들에게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했다.
이는 상반기 2금융권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해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상호금융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등 2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상반기 21조7000억원 늘었다. 2019년 상반기(3조4000억원), 지난해 상반기(4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1금융권에서 가계대출 줄이기에 나서자 풍선효과로 2금융권에 대출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은행권 가계대출은 41조6000억원 증가하면서 지난해 상반기(40조7000억원)와 비슷했다.
특히 2금융권에서도 농협, 신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가계대출이 9조4000억원 늘었다. 이중 농협상호금융에서만 8조1600억원이 증가했다. 같은 2금융권 내 여전사(4조5000억원), 저축은행(4조4000억원), 보험(3조4000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목표로 잡은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연 5~6%로, 가계대출 증가액은 91조원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상반기에만 63조3000억원이 증가한 만큼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데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금융당국의 주문에 2금융권도 가계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농협 상호금융은 지난 23일 가계대출 점검 회의를 열고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관리하기로 하고, 지역본부에도 철저히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신규 중도금 대출 등 집단 대출을 제한하는 방침도 정했다.
저축은행도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1금융권 대출이 제한되고,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2금융권으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국이 원하는 대출 기준에 맞출 수 있도록 업계에서 각별히 주의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5월 각 저축은행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작년과 같은 21.1%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시중은행도 추가로 대출 억제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6일자로 신용대출 총 우대한도를 0.1%포인트 축소했다. 전세대출 총 우대한도도 0.3%포인트 축소했고, 주택외 부동산담보대출 총 우대한도도 0.2%포인트 줄였다. 개인신용대출 최대한도는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줄였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갈 경우 추가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고 판단할 경우, 은행권·비은행권 간 규제 차익을 조기에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비은행권은 60%(은행권 40%)인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일원화하고, 내년 7월까지 DSR 규제가 유예된 카드론의 적용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 등이 예상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