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3세 안창림(27)이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에서 동메달을 따내 일본 유도의 성지 일본무도관에 태극기를 띄웠다.
안창림은 26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랭킹 2위 루스탐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을 상대로 절반승을 거뒀다. 지도 2개씩 주고 받은 상황에서 종료 7초를 남기고 전광석화와 같은 한팔업어치기를 성공했다. 남은 시간을 잘 버틴 안창림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도관은 1964년 첫 번째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지어진 종합 무예 경기장이다. 도쿄에서 태어난 안창민은 2013년 이곳에서 전일본학생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성인이 되면서 일본유도연맹이 귀화를 제안했지만 거부하고 한국을 택했다.
그는 2014년부터 7년간 태극마크를 유지하며 한국 유도의 간판이 됐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16강전에서 패했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결승전에 올랐지만 오노 쇼헤이(일본)에게 패해 금메달은 놓쳤다.
안창림은 이날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준결승까지 파죽지세로 밀어붙였다. 32강전에서 금메달리스트 파비오 바실(이탈리아)과 연장 끝에 안다리후리기 절반승을 거뒀다. 16강전에서는 키크마틸로크 투라에프(우즈베키스탄)와 접전을 벌이다 부딪혀 코피까지 나는 그야말로 혈투를 펼쳤다. 역시 골든 스코어 끝에 승리한 안창림은 8강전에서도 토하르 부트불(이스라엘)과 연장 승부에서 이겼다.
하지만 거듭된 연장전은 준결승에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상대적으로 체력을 비축한 라샤 샤브다투시빌리(조지아)와 접전을 펼쳤다. 그는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샤브다투시빌리를 쉽게 놓아주지 았다. 정규시간 4분에 골든스코어에서 4분 37초를 더 뛰었지만 골든스코어 47초에 소극적인 공격을 했다며 지도 한 개를 받았고, 4분 37초에 마지막 지도를 받아 패했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지만 안창림은 실망하지 않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을 일궈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본 유도 성지인 일본무도관에서 올림픽 첫 금메달을 획득하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원했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값진 동메달을 따내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