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물류 전략이 드러나고 있다. 다양한 물류 업체들과 손잡고 플랫폼으로서 네이버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물류를 돕기로 했다. 글로벌 e커머스 기업 쇼피파이식 물류 전략이다. 아마존을 벤치마킹해 직접 풀필먼트 창고를 운영하고 배송을 하는 쿠팡과의 차별화를 노렸다.
○네이버 물류 플랫폼 NFA 출시
지난 13일 네이버가 중소상공인 지원 솔루션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열었다. 판매자들은 NFA를 통해 물류 업체들을 스스로 선정하고 이용할 수 있다. 패션 유통, 냉동·냉장 특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역량을 갖춘 7개의 풀필먼트 업체(CJ대한통운,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가 참여한다. 업체는 더 확대될 예정이다.NFA에서는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에 맞는 풀필먼트 업체를 직접 찾으면서 물류 방식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상품 포장부터 택배 발송까지 풀필먼트 서비스에서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상품 배송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물류 업체들은 NFA를 이용해 영업, 마케팅 등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대규모 물동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는 주문 이후부터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관리 가능해 물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네이버는 NFA를 기반으로 물류 데이터를 모으고 인공지능(AI) 수요예측, 물류 데이터 어드바이저 등 서비스 고도화를 검토 중이다. 연내 판매자와 물류 업체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톡톡’ 기능을 추가한다. 물류 업체별 출고량, 배송 현황 등을 알 수 있도록 출고율, 배송률, 판매자 리뷰 등도 제공한다.
김평송 네이버 사업개발 책임리더는 “네이버는 판매자들을 위해 스토어 구축, 결제, 톡톡 등 다양한 기술을 제공해왔으며 NFA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판매자 물류 고민을 덜어주는 기술 플랫폼”이라며 “NFA로 통해 45만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최적화된 물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 대항하는 네이버의 전략
네이버의 NFA는 쇼피파이의 물류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쇼피파이는 글로벌 e커머스 플랫폼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과 기술 제반 환경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물류에서도 셀러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네이버의 이러한 행보는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쿠팡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며 상품을 직매입해 직접 배송하고 있다. 직매입한 물품의 거래액이 전체 거래액의 8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마존과 쇼피파이가 e커머스 대결을 펼치는 것과 같이 국내에선 쿠팡과 네이버가 대결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물류 전략은 전문성에 강점이 있지만 배송 속도에서는 한계를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플랫폼으로서 물류 업체들을 연결해줄 뿐 배송은 물류 업체들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반면 쿠팡은 직접 배송을 하며 당일·익일 배송을 해주는 ‘로켓배송’을 주무기로 삼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물류 업체 중 하나인 CJ대한통운과의 협업에 힘을 쏟고 있다. 두 회사는 기존 운영해온 곤지암, 군포, 용인 풀필먼트 센터에 이어 추가로 66만㎡ 규모 이상의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풀필먼트 센터는 AI와 로봇, 클라우드 등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물류 거점으로 활용된다. 네이버 AI 기술인 클로바를 기반으로 물류 수요예측을 더 고도화하고 창고 할당, 자동 입고 예약 등 물류 전반 프로세스에 AI 기술을 적용해 배송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네이버는 내년부터 전국 익일배송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NFA를 통해 물류 전문성과 배송 속도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쿠팡과의 배송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