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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엣지]'30분 배송' 퀵커머스의 핵심 역량은 '수요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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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퀵커머스'입니다. 퀵커머스는 소비자가 주문 후 빠르면 5~10분, 늦어도 30분 안에 상품을 받아보는 즉시배송 서비스입니다. 저녁에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새벽 7시 전에 받는 새벽배송, 아침에 주문한 상품을 오후에 받는 당일배송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소비자가 집에서 나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직접 가서 물건을 사는 것만큼, 때로는 그보다 더 빠르니까요.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이 개척한 퀵커머스 시장은 유통업체들이 참전하며 팽창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여간 e커머스의 강자 쿠팡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GS리테일 등 유통 대기업들이 진출했거나, 진출을 예고했습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은 물류 브랜드 ‘부릉’ 운영업체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연내 퀵커머스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주문 30분 내 배송’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소비자가 e커머스 앱으로 주문을 하면 제품들을 담고, 배달 기사를 배정하고, 배달 기사가 소비자의 집 앞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릴 텐데요. 무엇보다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 재고가 물류센터에 미리 있어야 합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예측’입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주문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들어올지 수요를 미리 예상하는 것이지요. 더욱이 대부분 유통업체들은 채소, 정육 등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을 배송합니다. 폐기율을 줄이기 위해선 정확한 수요예측이 필수입니다.

국내에 처음 새벽배송을 도입했던 마켓컬리도 ‘예측주문’을 했습니다. AI 기반 물류 예측 시스템 '데멍이(데이터 물어다주는 멍멍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뿐 아니라 날씨, 당시 프로모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문 수요를 예측합니다. 신선식품 폐기율을 대형마트(2~3%)보다도 낮은 1% 수준으로 지킬 수 있는 이유지요.

퀵커머스에 참전한 쿠팡과 현대백화점, GS리테일도 새벽배송 또는 당일배송을 운영해 온 만큼 시스템의 본질은 같습니다. 대신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도심에 냉장·냉동 시설(콜드체인)을 갖춘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얼마나 보유했는지, 어느 회사와 협력하는지에 따른 차이입니다.

쿠팡은 전국 170여개 물류센터들을 이용해 익일배송인 로켓배송을 해왔습니다. 주문이 들어오기 전 생산자에게서 미리 제품을 사놓는 직매입으로 운영한 만큼 수요량 예측의 역사가 깁니다. 다만 주로 도심 외곽에 있는 대형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로켓배송과, 도시 곳곳에 작은 물류기지들을 구축하는 퀵커머스는 배송 측면에선 성격이 다릅니다. 이달 들어 서울 송파구에서 퀵커머스 ‘쿠팡이츠 마트’의 시범운영을 시작한 쿠팡은 우선 배달기사들을 송파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에 상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 압구정에 퀵커머스를 시범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은 수도권과 지방 거점에 오프라인 점포가 있고, 지난해부터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백화점 투홈’을 운영하고 있지요. 퀵커머스를 준비할 때도 1년간 운영해온 ‘현대백화점 투홈’의 데이터가 전방위로 활용됐습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퀵커머스로 주문할 수 있는 상품은 신선식품 60여종인데, 이는 투홈에서 서울 강남구 기준 판매량 상위 1~60위 상품이라고 합니다.

배송은 현대차의 전기트럭 포터EV가 담당합니다. 콜드체인 시스템을 트럭에 탑재해 신선식품을 온종일 싣고 다녀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게 했습니다. 트럭들이 작은 물류창고를 통째로 싣고 다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 배송을 하는 방식입니다. 트럭들의 동선은 지역별 주문 빈도를 감안해서 짰다고 합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와 GS수퍼마켓 등 전국 오프라인 점포 1만5000여개가 물류 거점이 됩니다. 오프라인 점포에서도 상품들을 파는 만큼 재고 폐기에 대한 부담이 적습니다. 배달은 자체 서비스인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와 협력사(부릉, 바로고)로 이원화했습니다. 우딜은 누구나 등록해 원하는 시간에 배달 건수 별로 일을 할 수 있는 도보배달 플랫폼입니다. 평일 오전처럼 우딜 인력이 별로 없을 땐 부릉과 바로고 배달기사들이 주문을 받아 30분 내 배송을 가능케 합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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