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미국의 2분기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벌써부터 정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작년 상반기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발생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에 올 2분기에 최고 기록을 쓴 뒤 가파른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9.2%(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로 치솟았을 것으로 추산됐다. 1983년 2분기 이후 3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월가의 예상치는 8.5%로 이보다 조금 낮다. 모두 1분기(6.4%)보다 2%포인트 이상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무엇보다 광범위한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함께 당국의 재정 부양책이 집중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미 경제는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투자회사 제프리스가 각종 경제지표를 측정해본 결과 2019년 대비 98.6%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 판매 등 일부 부문에선 2년 전보다 활황세를 보였다. 고용과 항공 여행 등에서만 뒤처졌을 뿐이다.
가계 살림은 오히려 나아졌다. 미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의 순자산은 총 136조9000억달러로 2019년보다 16% 증가했다. 가계부채 상환액은 가처분소득 대비 8.2%로, 198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 경제는 ‘반짝 상승’ 후 예년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는 2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눈에 띄게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경제를 지탱해온) 부양책 효과가 1년 후엔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상반기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미 경제가 3분기엔 3.5%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의 폴 애시워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치솟으면서 가계의 실질소득 역시 쪼그라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Fed를 포함한 경기 예측 기관들은 물가 급등세가 최소 수개월간 지속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델타 변이의 확산도 미 경기를 빠르게 냉각시킬 수 있는 변수다. 미 보건당국의 전면 재봉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글로벌 공급망엔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어서다. 미 제조업체들은 지금도 반도체 부족 등으로 생산시설을 완전히 재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알렉산더 린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가운데 공급난이 지속되면 경기 냉각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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