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중소기업 창업주 사이에선 ‘까다로운 기업승계보다 현금 또는 부동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실제 2세 경영자가 기업 지분을 상속·증여받는 것보다 수익용 부동산을 받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기업승계를 위한 조세지원의 필요성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선대 경영자로부터 기업승계를 받는 상속인(A)과 부동산 등 수익용 자산을 받는 상속인(B)의 현재가치 기준 경제적 이득을 계산했다. A와 B는 비상장주식과 수익용 부동산을 각각 1000억원 규모로 물려받는다고 가정했다. 상속받은 뒤 20년간 운영 및 매각했을 때 현금의 현재가치(순현재가치·NPV)를 각각 산정해 비교했다. NPV는 현금 유입의 현재가치에서 현금 유출의 현재가치를 뺀 값으로 투자 결정의 기준 등으로 쓰인다.
A의 경우 20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자기자본) 5%를 내면서, 매년 20% 배당성향(총배당액/순이익)을 유지하는 기업을 모델로 삼았다. 그 결과 20년간 기업의 순이익 중 법인세·배당소득세를 뺀 후의 현금 현재가치(74억원)와 기업 매각 시 양도소득세를 낸 뒤 세후 현금의 현재가치(558억원) 합계에서 처음 기업 승계 시 상속세(492억원)를 빼면 A가 기업승계를 선택했을 때 ‘순현재가치’는 140억원으로 추산됐다.
B의 상속세 세액도 A와 같은 492억원이었다. 수익용 부동산 수익률은 연 5%로 가정했다. 매년 수익에서 종합소득세를 낸 후 현금의 현재가치(350억원)와 20년 뒤 자산 매각 시 세후 현금의 현재가치(377억원) 합산액에서 상속세(492억원)를 빼면 B가 수익용 부동산을 상속받아 운용했을 때 순현재가치는 235억원이 나왔다. 이 교수는 “수익용 부동산은 상속 20년 뒤 1000억원의 가치를 유지한다는 보수적 가정으로 계산했다”며 “실제 실물 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게 일반적인 현상임을 볼 때 부동산 자산 매각에 따른 가치는 235억원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업승계를 받은 경영자의 업무 난이도를 부동산 자산 관리 노력과 비교했을 때, 선대 경영자가 자녀에게 기업승계를 해줘야 할 동기가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가로선 기업승계가 늘어야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등 납세로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승계기업 성장에 따른 국가 기술 수준 향상과 일자리 창출 등 효과는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귀중한 가치”라며 “고령화되는 중기 경영진이 원활하게 승계할 수 있도록 조세 지원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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