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망친 문재인 정부의 모든 실패한 정책을 되돌려 놓겠다. 클래스(차원)가 다른 나라를 만들겠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25일 공식 선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원 지사 등 당내 잠룡들이 대권 가도에 가세하면서 야권의 경선 레이스도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보육·교육·청년 분야 ‘국가 찬스’ 제공
원 지사는 이날 유튜브 채널 ‘원희룡TV’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출마 선언식을 열었다. 원 지사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우선 해야 할 일들이 있다”며 “법치 파괴, 소득주도성장, 임대차 3법과 집값, 탈원전, 주 52시간제 등 대한민국을 망친 모든 실패한 정책을 되돌려 놓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육, 교육, 실업, 빈곤, 창업 그리고 청년 분야에서 담대한 국가 찬스(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원 지사는 대선 1호 공약으로 “100조원 규모의 담대한 (코로나19) 회복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아르바이트생, 실업자 등 코로나19로 생존 기반이 무너진 국민들이 앞으로 경제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쓰일 것”이라며 “담대한 회복은 생존 회복에 그치지 않고, 자영업의 구조 전환과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했다. 재원 조달 계획도 공개했다. “대통령 취임 즉시 헌법(76조)이 부여하는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하겠다”며 “100조원의 50%는 임시 특별 목적세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나머지 50조원은 5년에 걸쳐 매년 예산 조정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공약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매년 100만원을 나눠주겠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과 대조된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선별 복지 공약이긴 하지만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까지 ‘현금 퍼주기’ 경쟁에 가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경험 많고 흠결 없는 후보”
원 지사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지방자치단체 운영 경험과 깨끗한 도덕성을 내세웠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도전자이자 야당인 국민의힘에선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사람으로는 안 된다”며 “가장 깨끗하고 젊고 혁신적인 사람으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주지사가 되면서 서울 목동 아파트를 팔고 (제주로) 간 것은 10억원 넘게 오를 것이란 걸 몰라서가 아니다”며 “공직자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거론하면서도 “‘정치 보복’은 단호하게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적폐 세력으로 몰아 사법처리한 것과 같은 정치 보복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경제 정책과 큰 방향에 대해선 “양극화 이중 구조 해소를 위해 집, 일, 교육에서의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 정책과 관련해선 “좋은 일자리는 정부 재정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과 지자체에 맞춤형 규제 개혁과 지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불붙는 野 대선 레이스
원 지사는 이날 출마 선언을 통해 지난 8년간 머물던 제주에서 벗어나 여의도 정치로 다시 돌아왔다. 아직 대선 후보 지지율은 1%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당 안팎에선 “대통령 후보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다 갖췄다”(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는 호평도 받고 있다. 김용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원 지사의 대선 캠프를 총괄하기로 했다.정치권에선 원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국민의힘 내부 대선 경선 레이스가 불붙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거론되는 야권의 대선 후보는 총 15명인데, 계속 숫자가 늘고 있어 최종 후보는 20명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차적으로는 야권 1위 후보인 윤 전 총장 입당 여부가 야권 경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국민의힘 후보가 먼저 정해진 뒤 제3지대 후보와 단일화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