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된 우리 아기가 모기에 물렸어요. 어떤 약을 발라주면 좋을까요?”
인터넷 맘카페에 요즘 많이 올라오는 질문입니다. 어른이라면 고민 없이 버물리(현대약품)나 써버쿨(녹십자) 같은 약을 바르겠지만, 아이의 피부는 성인보다 여리고 민감하기 때문에 초보 엄마들에겐 걱정거리일 겁니다. 맘카페에는 ‘아이가 가려워하면 리도멕스(삼아제약), 상처가 나면 에스로반(JW신약)을 발라주는 게 좋다’는 식의 답글이 주로 올라옵니다. 기저귀발진 등에 흔히 쓰는 비판텐(바이엘)도 리도멕스, 에스로반과 함께 아기가 모기 물렸을 때 바르는 약 ‘3대장’으로 꼽힙니다. 정말 이 약들은 버물리보다 아이가 모기 물린 데 발라주면 더 좋은 것일까요.
먼저 리도멕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리도멕스는 지난해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됐습니다. 이 때문에 맘카페 일부 회원은 혼란을 겪고 있죠.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는 분이 있는 반면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만 구할 수 있다는 분도 꽤 됩니다. 딱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기존 리도멕스(리도멕스로션)는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됐으므로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구할 수 없는 약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삼아제약은 성분 함량을 줄인 ‘리도멕스크림 0.15%’를 일반의약품으로 새로 내놓았죠.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약이죠.
리도멕스는 벌레 물린 데를 포함해 습진, 피부염, 땀띠, 가려움 등에 연령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약입니다. 즉, 개월 수와 관계없이 영유아도 쓸 수 있다는 뜻이지요. 맘카페에선 이 약이 웬만한 다른 약보다 가려움증을 빠르게 가라앉혀 주는 약으로 통합니다. 하지만 가급적 단기간에만 사용하는 게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이 약의 주성분이 스테로이드이기 때문이지요. 스테로이드 제제는 장기간 사용하면 염증 등 부작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맘카페 엄마들이 추천하는 에스로반은 모기 물린 부위를 아이가 자꾸만 긁어 상처에 세균 감염이 일어난 게 아니라면 가급적 바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에스로반은 본래 항생제 성분의 연고제로, 상처에 고름이 생기는 등 피부에 세균이 감염됐을 때 사용하는 약입니다. 김명규 이화여대 약대 교수는 “잦은 항생제 사용은 내성균을 만들 우려가 있다”며 “아기 피부에 감염이 발생했을 때만 선별적으로 사용하는 게 적합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비판텐은 어떨까요. 덱스판테놀 단일 성분인 이 약은 가려움을 진정해주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대신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해로울 리는 없지만 모기에 물렸을 때 아주 적합한 약이라고는 보기 어렵죠.
그럼 어른들이 흔히 쓰는 버물리, 써버쿨 등은 어떨까요. 이 약들은 30개월 이하 영유아에겐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국소 마취 효능이 있는 디부카인염산염 등 일부 성분이 30개월 이하 유아에게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를 위해 출시된 제품을 추천합니다. ‘버물리키드크림(현대약품)’ ‘물린디키드크림(신신제약)’ 등이 대표적입니다. 영유아에게 해로운 성분을 뺀 제품으로 생후 1개월 이상 소아부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약과 독은 한 끗 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용도나 복용량의 차이에 따라 똑같은 약도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기 물림은 보통 며칠만 지나면 약 없이도 가라앉는 만큼 약을 과용하기보다는 알맞은 약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