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자동차 기업으로 전면 전환을 위해 2030년까지 400억유로(약 54조11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의 역내 판매를 금지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그룹은 “2030년 이후 신규 내연기관 차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 없다”며 “전기차 생산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400억유로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다임러 주가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2.5% 상승했다.
다임러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 플랫폼에서 전기차만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내연기관 차 모델이 전기차 버전으로 생산된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은 내연기관 차 판매가 중단되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다임러는 이르면 내년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모델 8종을 생산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도 대폭 확충한다. 유럽 미국 등지에 8개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임러는 20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영국 전기모터 제조사 야사(YASA)를 인수해 자체 모터 기술도 갖춘다는 구상이다.
다임러의 이번 계획은 EU가 탄소배출 규제를 발표한 지 약 10일 만에 나왔다. EU는 지난 14일 휘발유 디젤 등 내연기관 차의 역내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발표했다.
다임러 경쟁사의 탈(脫)내연기관 차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은 최근 미국에서 판매하는 대표 세단 모델 파사트를 내년부터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생산에 350억달러(약 40조2000억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다임러는 인력 감축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보다 부품이 적어 제조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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