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범죄자 480명이 지명수배된 상태에서 해외로 출국해 수사·재판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이 외국인 범죄자 출국정지와 관련해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각 경찰서의 자율에 맡겨 놓은 결과다.
감사원은 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외국인 출입국 등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지명수배 중인 외국인 2931명을 점검한 결과 91.6%인 2686명에 대해 출국정지 요청 등의 조치가 없었다. 외국인 지명수배자 중 출국정지 조치된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이 중 480명은 해외로 출국해 수사·재판이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외국인 범죄자를 지명수배하는 경우 출국정지를 함께 요청하도록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도 각 경찰서가 자율적으로 출국정지 여부를 결정토록 했기 때문이라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3년 이상 징역 등에 해당하는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이에 해당하는 범죄를 의심할 사유가 있어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된 외국인 지명수배자에 대해 출국정지 요청이 가능하다.
경찰청은 또 범죄수사규칙 등에 외국인 지명수배자 입국 시 통보 요청과 관련한 처리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명수배 상태에서 다시 입국한 기록이 있는 외국인 168명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57명(33.9%)은 법무부에 입국 시 통보 요청이 되지 않아 경찰서가 해당 외국인의 입국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경찰청에 외국인 지명수배자에 대한 출입국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