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기업들의 메세나(문화예술 지원)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메세나협회는 지난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금이 전년에 비해 대폭 줄었다고 21일 발표했다.
2020년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금 총액은 약 1778억원으로 전년(2081억원)보다 14.6%(약 303억원) 감소했다. 지원에 참여한 기업 수는 전년보다 28.7% 감소했고, 지원 건수도 33.4% 줄었다. 협회가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 국내 500대 기업(매출액 기준)과 기업 산하 문화재단 등 총 69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코로나19로 공연 및 전시 횟수가 줄어들어 지원금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회 관계자는 “관객을 마주하며 현장에서 소통을 이어온 문화예술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침체되자 기업의 지원도 축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연예술 지원금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무용 공연 지원금은 전년 대비 50% 줄었다. 클래식(-42%), 뮤지컬(-44%)도 절반 가까이 지원금이 급감했다. 전체 지원금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연장 및 전시관 설비 운영지원금도 2019년 1139억원에서 지난해 1032억원으로 약 100억원 깎였다.
후원 주체를 보면 개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금 총액이 지난해 820억원으로 전년(약 1084억원)에 비해 264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기업 산하 문화재단들은 문화예술 지원에 957여억원을 썼다. 2019년에 비해 39억원 감소했다.
기업 문화재단 중에선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이 지원금 총액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고, 롯데문화재단(2위)과 LG연암문화재단(3위)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금융·보험사 및 유통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마케팅을 적극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예술 지원 사업을 대거 취소했다.
메세나협회 관계자는 “문화예술 지원을 장려하려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며 “문화예술 기부금 및 교육훈련비 세액공제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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