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보안기업 NSO그룹의 스파이웨어 '페가수스' 명단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국가 정상급 인사 14명의 전화번호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페가수스는 NSO가 테러범이나 중범죄자를 추적하기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폰에서 파일, 사진, 통화일지, 위치기록 등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40개국에 60곳의 정부기관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페가수스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5만여 개의 전화번호 목록에서 대통령 3명과 전·현직 총리 10명, 국왕 1명의 번호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외에도 총 34개국에서 600명이 넘는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들의 번호도 포함됐다.
명단에 오른 현직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바르함 실리흐 이라크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 등이었다. 현직 총리 3명도 명단에 포함됐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 사드에딘 엘 오트마니 모로코 총리다.
WP는 예멘, 레바논, 우간다, 프랑스, 카자흐스탄 등의 전직 총리들도 재임 시절 명단에 올랐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의 번호도 나왔다.
국제기구 관계자들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비롯한 유엔 관계자와 외교관들도 페가수스와 관련된 명단에 있었다. 미국, 중국, 영국 등 20개 나라에서도 공무원과 정치인 전화번호가 명단에 올랐다.
명단의 목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NSO는 사찰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톰 클레어 NSO 대표 변호사는 "수집된 데이터는 완전히 합법적으로 사용됐다"며 해킹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누출된 5만 개의 번호는 사찰 대상이 됐다는 뜻이 아니라 오픈소스 시스템에서 검색할 수 있는 전화 목록"이라 말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다르다. 국제사면위원회 보안연구소가 리스트에 포함된 67대의 휴대폰을 조사한 결과 총 37대가 페가수스에 의해 해킹되거나 해킹 시도가 있었다.
이번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모두 페가수스의 표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실 확인을 위해선 이들 휴대폰에 대한 정밀 검사가 필요하지만 WP가 이를 전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