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도쿄올림픽 선수촌 대한민국 대표팀 숙소에 걸린 '범 내려온다' 현수막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일본 우익을 향해 일침했다.
21일 서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순신 장군 영정 앞에서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며 "일본 우익과 언론은 이 사진을 제일 두려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경덕 교수는 지난 20일 도쿄스포츠가 '한국 새로운 선수촌 현수막 '범 내려온다'도 반일 논쟁을 야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 매체는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토 기요마사에게 지시한 '호랑이 사냥'을 암시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독도도 그려져 있어 한국 영토라는 주장에 성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조선 호랑이를 전멸시킨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과도 관계가 있다고 덧붙이며, 반일 정서가 깔린 현수막이라는 주장을 또 펼쳤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지난번 '이순신 현수막'에 이어 일본 언론과 우익은 계속해서 트집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 현수막 문구와 함께 '임진왜란'이란 '침략의 역사'가 세계인들에게 또 회자되는 게 두려웠나 보다"라고 했다.
이어 "호랑이 그림 하나에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또 들먹이며 딴죽을 거는 건 '전범국'이라는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또 각인시킬까 봐 겁이 났던 것 같다"며 "'도둑이 제 발 저리다'라는 표현을 아시죠? 지은 죄가 있으면 자연히 마음이 조마조마 해진다는 뜻 지금 현재의 일본 정부, 언론, 우익을 일컫는 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서 교수는 "아무쪼록 일본 선수촌 외벽에 '도둑이 제 발 저리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걸어 드리고 싶다"고 비꼬았다.
앞서 서 교수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한국 선수단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걸린 '이순신 현수막'에 반발하며 욱일기 시위를 한 일본 극우단체에 대한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 적극 항의했다.
이후 일본 극우세력으로부터 도 넘은 공격을 받고 있다. 서 교수는 자신을 비난하는 안티 SNS를 공개했다. 그는 "욱일기와 내 얼굴을 합성하고 위안부 소녀상과 딸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을 건드리는 건 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분노했다. 이어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전 세계 여론을 움직여 일본 정부를 압박할 예정"이라며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시위나 응원이 또 발각되면 전 세계 주요 언론 매체에 제보해 욱일기=전범기임을 제대로 알려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극우단체들은 지난 18일부터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촌 앞에서 욱일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선수단이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내용의 '이순신 현수막'을 선수촌에 내 건 것에 대한 반발이다.
논란이 커지자 IOC는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을 들어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 또한 올림픽 헌장 50조를 적용해 판단하겠다는 IOC의 약속을 받아낸 뒤 기존 현수막을 내리고 '범 내려온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으로 교체했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구절로 최근 화제가 된 밴드 이날치의 곡 제목이기도 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