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블루오션이 열리고 있습니다.”
김순남 삼성생명 영등포스타지점장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지점장이 이끌고 있는 영등포스타지점은 50명의 소속 컨설턴트(FC) 중 90%(45명)가 외국인으로 이뤄진 국내 보험업계 최초의 다문화 특화 지점이다. 설계사의 국적은 러시아 몽골 베트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국에 달한다.
영등포스타지점은 올 들어 전국 512개 삼성생명 지점 가운데 6개월 연속 최우수 지점으로 선정되는 등 말 그대로 ‘스타’가 됐다. 최근 3개월간 체결한 계약만 1280건, 지난 6월에만 522건을 기록해 1인당 평균 10건 이상의 계약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석 달간 삼성생명 설계사 2만4000여 명이 체결한 전체 계약 건수가 36만7000건(1인당 5.09건)인 점을 감안할 때 두 배 이상의 성과를 낸 셈이다.
영등포스타지점이 처음부터 이런 외국인 특화 지점이었던 건 아니다. 김 지점장이 2018년 11월 부임할 때만 해도 외국인 설계사는 4명에 불과했다. 자신도 ‘스타 설계사’ 출신인 김 지점장은 이들 4명에 주목했다. 비록 한국어에 서투르지만 다른 설계사들보다 더 열성적으로 고객을 위해 뛰는 모습에 가능성을 발견했다. 기회를 주고 싶었다.
김 지점장은 “설계사로 채용할 테니 동료나 지인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이들 중 괜찮은 사람을 골라 자격증 공부를 시키고 연수도 받게 해서 하나둘 채용한 게 지금의 규모가 됐다”고 말했다.
처음엔 외국인 설계사를 채용하는 데 걸림돌도 적지 않았다. 김 지점장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이나 계약 유지, 손해율 등 측면에서 아무래도 내국인보다 리스크가 클 것이란 편견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 지점 고객의 계약 유지 비율이 전국 상위 10위 안에 들어 당초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고 했다.
외국인 컨설턴트는 외국인 고객을 상대로 한 상품 설명, 계약 관리 측면에서 오히려 강점이 있다. 또 최근 장기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자녀를 낳고 정착하는 가구도 늘고 있어 이들을 위한 맞춤형 재무 컨설팅과 보험 상품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1년 139만 명에서 지난해 203만 명으로 46% 증가했다. 삼성생명의 외국인 고객 계약 건수는 2018년 1만7725건에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3만2992건을 기록해 86% 급증했다.
러시아 출신인 비텐코안나 컨설턴트는 “공장, 식당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는 어려운 고객들이 많다 보니 조금씩이라도 가족의 미래를 위해 건강, 종신보험 등에 가입하는 게 중요하다며 보험 가입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한국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차타티아나 컨설턴트는 “지점에서 신규 상품 교육이 끝나면 해당 내용을 밤새워 러시아어나 영어로 번역하기도 한다”며 “외국인 고객에게 보장 내역을 정확히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