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김홍빈(57) 대장이 하산 도중 크레바스(빙하가 흘러내릴 때 깨져 생기는 틈)에 빠진 뒤 구조 과정에서 추락하며 실종됐다.
19일 아시아산악연맹은 "김홍빈 대장이 정상 등정 이후 하산 과정에서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현지에 있는 해외 등반대가 구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김 대장은 현지시간 18일 오후 4시58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제3 고봉 브로드피크(8047m)를 등정했다.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를 단독 등반하다가 동상으로 열 손가락을 모두 잃은 그는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고 브로드피크를 마지막으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히말라야 14좌는 해발 8000m 이상인 에베레스트(8849m), 케이투(K2·8611m), 칸첸중가(8849m), 로체(8516m), 마칼루(8463m), 초오유(8201m), 다울라기리 1봉(8167m), 마나슬루(8163m), 낭가파르바트(8125m), 안나푸르나 1봉(8091m), 가셔브룸 1봉(8068m), 브로드피크, 시샤팡마(8046m), 가셔브룸 2봉(8035m)을 말한다.
하산하던 김 대장은 현지시간 19일 0시께 해발 7900m 부근에서 크레바스를 통과하다 조난됐다. 현지시간 오전 9시58분께 위성 전화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 러시아 등반대가 오전 11시께 현장에 도착해 구조 작업을 펼쳤지만 끝내 실패했다. 앞서 김 대장이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렸으나 잘못된 정보였다. 광주장애인체육회는 "러시아 등반대가 크레바스에 빠진 김 대장을 발견했고 손까지 흔드는 등 의식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이후 김 대장이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올라오는 도중에 줄이 헐거워지면서 아래쪽으로 추가했다"고 전했다. 체육회에 따르면 현지 원정대와 파키스탄 정부가 협조해 김 대장 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