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네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편의점이나 헬스앤드뷰티스토어 등의 자가검사키트 판매량이 급증했다.
방역당국이 자가검사키트의 부정확성으로 인한 '조용한 전파'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선별진료소에 갔다가 감염될 위험성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경미한 증상일 경우 자가검사키트 이용을 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4차 대유행 본격화 이후 자가검사키트 판매량은 크게 뛰었다. 이달 10~18일 수도권 기준 편의점 GS25의 자가검사키트 판매량은 종전(지난달 26일~이달 4일)보다 2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24에서는 153%, CJ올리브영에서도 201% 판매량이 늘었다.
최근 편의점에서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한 김효영 씨(34·여)는 "예전에 회사 동료 중 확진자가 나와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받은 적 있다"며 "그 이후 목이 까칠까칠하다거나 의심스러운 증상이 나타나면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별진료소를 가기에는 증상이 경미하다고 생각돼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하고 있다"며 "진료소에 갔다가 오히려 코로나 19에 감염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진료소 방문하는 것이 꺼려진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는 지난 5월부터 전국 편의점, 약국 및 헬스앤드뷰티스토어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검사방법은 간단하다. 멸균 면봉으로 비강(콧속)에서 분비물(검체)을 채취한 뒤 동봉된 용액과 검체를 섞으면 된다. 이후 혼합된 검체액을 테스트기에 3~4방울 떨어뜨리면 검사 결과가 나온다. 테스트기에 빨간 줄이 한 줄만 나오면 '음성', 두 줄 모두 나오면 '양성'이라는 의미다. 검체 채취부터 결과가 나오기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강모씨(35)는 자가검사키트만 벌써 4차례 이용했다. 그는 "집 근처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해 오가며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 자가검사키트를 여러번 써봤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직접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에 방문한 것은 아니라서 선별진료소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선별진료소에서 받는 검사가 정확하긴 하겠지만 명확한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것도 아닌데 굳이 선별진료소를 찾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처럼 4차 대유행 이후 자가검사키트를 찾는 숫자가 늘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자가검사키트의 부정확성으로 인한 '깜깜이 확산' 가능성을 인정한 상태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자가검사키트와 4차 대유행 관련성에 대한 질문에 "(자가검사키트로) 음성으로 확인돼 일상생활을 하다가 증상이 악화하고 나서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확진된 사례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로 인한 조용한 전파가 좀 더 이뤄졌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면서도 "현재의 유행 상황에 대한 (자가검사키트로 인한 조용한 전파의) 영향력은 평가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자가검사키트는 PCR 검사에 비해 접근성에서나 심리적 편의성에서 부담이 덜하지만 자가검사키트 검사시 양성이 나오면 반드시 PCR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또 자가검사키트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오더라도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으면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야 한다고 당국은 강조했다.
자가검사키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의료기기이지만 자가 '진단'이 아닌 자가 '검사' 기기다. 정확성이 PCR 검사에 비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식약처는 키트에 '진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에 따라 SD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는 제품 패키지에 '진단' 문구를 넣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