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명창, 배우 김명곤, 밴드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 등 국악계의 신구(新舊) 전설들이 올가을 국립극장에 모인다.
국립극장은 올 9월 초부터 내년 6월 말까지 국립극장 무대에 올릴 ‘2021~2022 레퍼토리 시즌’을 최근 공개했다. 국립극장이 10년째 이어온 레퍼토리 시즌제는 공연장이 한 해 동안 직접 펼칠 공연 계획을 미리 관객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외부 대관 공연을 줄이고 직접 제작하는 공연이 늘어나게 된다.
이번 시즌에는 신작 22편, 레퍼토리 공연 10편, 상설 공연 15편 등 총 56편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장 산하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을 비롯해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등 외부 예술단체도 제작에 참여한다.
올해 시즌제 프로그램 중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국립창극단의 ‘흥보전’이다. 안숙선 명창이 작창하고, 배우 김명곤이 극본과 연출을 맡는다. 김명곤은 지난해 국립창극단과 함께 선보인 ‘춘향’으로 호평을 받았다. 주요 판소리를 살린 채 신선한 해석을 선보였다. 춘향은 당돌했고 서사 전개는 영화처럼 빨랐다. ‘흥보전’의 무대 연출은 설치미술가 최정화가 맡았다. 관객이 전시회를 감상하듯 한국 고유의 미학을 무대 장치로 풀어낼 예정이라고 한다.
올 11월 11~13일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국립무용단의 신작 무용극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도 주목받는 작품이다. 무용수들이 내림굿을 군무로 풀어낸다. 신구 예술가의 조화가 눈길을 끈다.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를 짜고, 밴드 이날치의 리더이자 영화 ‘곡성’ ‘부산행’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장영규가 공연 주제곡을 쓴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 콘셉트 작가로 참여한 아트 디렉터 윤재원이 무대 연출과 미술감독을 맡는다.
외부 예술단체들도 국립극장에서 대표작을 선보인다. 공연 양식은 다르지만 전통 설화를 주제로 활용하거나 전통예술을 오마주한 작품들이다. 국립오페라단은 내년 3월 오페라 ‘왕자, 호동’을, 유니버설발레단은 같은 달에 ‘발레 춘향’을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4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올 9월 새롭게 문을 여는 해오름극장을 통해 재도약 준비를 마쳤다”며 “전통예술의 심오함과 현대예술의 다양한 매력을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