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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측 "호랑이굴 들어가 호랑이 잡겠다" [홍영식의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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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하듯 어렵게 올라온 길을 부전승하듯 꽃가마를 타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 앞에서 당당하게 검증받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저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안이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저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 “정치에 뜻을 두고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갈 것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 7월 12일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삼우제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선 주자는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스토리, 정책 콘텐츠, 권력에 대한 강력한 의지, 정치적 리더십 등을 갖춰야 한다. 최 전 원장은 지금까지 스토리를 제외하고 검증받은 게 없다. 고교(경기고) 재학 때 소아마비를 앓는 친구를 2년간 업고 다녔고 자녀 넷 중 두 명을 입양해 키운 것, 아마존 오지를 찾아 의료 봉사와 선교 활동을 한 것, 최근 타계한 부친이 6·25 전쟁 영웅인 것 등은 대선판에 먹힐 만한 스토리다.

여기에 감사원장 시절 원전 월성 1호기 감사 등 정권과 정면으로 맞부딪치면서 뚝심있게 밀어붙인 것은 리더십을 입증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허를 찌르는 듯한 예상외의 국민의힘 깜짝 조기 입당도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인 결단력을 보여준다. 삼우제 뒤 기자들에게 언급한 발언 내용을 보면 권력에 대한 강한 의지도 읽을 수 있다.

국민의힘 전격 입당은 자신의 취약점인 인지도를 높이고 정치권 지지 기반을 선점하려는 일종의 승부수다. 캠프 내에선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놓고 “아직 때가 아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최 전 원장의 조기 입당 필요성과 유력 대선 주자 영입이 절실한 국민의힘 양측의 입장을 비교했을 때 다급한 쪽은 국민의힘인 만큼 몸값을 높여 경선 시즌에 임박해 들어가는 게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는 것이다. 조기 입당시 본격 검증대에 오르는 만큼 위험 부담이 따르기 것도 한 이유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조기 입당 쪽을 택했다. “좋은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정당 밖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보다는 정당에 들어가 함께 정치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입당 문제를 놓고 ‘밀당’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구태 정치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 최 전 원장의 판단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왜 대선에 나서야 하는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등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 검증 받지 못한 정책 콘텐츠 등 헤쳐 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치는 현실…국민의힘에 입당할 수 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최 전 원장의 발등의 불을 당연히 우군 확보다. 국민의힘 내에서 최 전 원장을 지지하는 기류가 강한 쪽은 친박(친박)계다.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을 이끈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비호감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최 전 원장이 3선의 김영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캠프 상황실장으로 영입한 게 주목된다. 김 전 의원은 친이(친이명박)계로 꼽힌다.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염두에 두고 세력 넓히기 차원으로 정치권은 해석한다. 최 전 원장과 대학 시절부터 절친으로 지내 오면서 지지 모임을 이끌고 있는 캠프 핵심 인사에게 현안에 대해 물어봤다.

▶출마 선언은 언제쯤 하나.

“준비가 필요하다. 최 전 원장은 완벽주의자다. 토씨 하나까지 신경 쓴다. 본인이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맞다.”

▶국민의힘에 예상보다 빨리 입당했다.

“당초 캠프 내에선 빨리 입당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니다는 의견이 혼재했다. 최 전 원장 주변에 포진하는 인물들을 보면 입당이 그렇게 빠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으나 순전히 최 전 원장이 결단했다.”

▶최 전 원장이 조기 입당 결심을 한 이유는 뭔가.

“최 전 원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은 ‘반문(반문재인)’에서 출발한다. 반문은 폭정이고 실정(失政)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그간 너무 무능해 수권 정당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불신이 컸다. 하지만 막상 현실 정치에 부딪치면 제3지대, 제3정당은 참 어렵다. 결국 기존 정당에 들어가 개혁하는 수밖에 없다. 이상과 현실의 타협 아니겠나.”

▶조기 입당을 반대한 참모들의 의견은 뭔가.

“굳이 아사리판 같은 선거판에 일찍 들어가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길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정치판과 언론들이 원하는 프레임을 짜 놓고 후보들을 몰아 가는 측면이 있다. 일찍 입당하면 후보들은 그런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이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옛날 프레임이다. 과거 아날로그식 정치를 상수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약점으로 지적하는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30대 0선(選)’의 이준석 대표가 제1 야당의 수장이 되는 것을 보라. 기존의 정치 틀에서 벗어난 것이다. 최대한 빨리 세를 규합하고 정치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 트렌드와 맞지 않다.”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의 대안, 즉 플랜 B로 거론된다.

“말도 안 된다. 최 전 원장은 플랜 B가 아니라 플랜 A다. 윤 전 총장은 검찰에 있으면서 적도 많았다. 최 전 원장의 강점은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정치권의 고질병인 ‘갈라치기 DNA’가 최 전 원장에게는 없다. 분열·갈등·증오·분노를 치유할 최적임자가 최 전 원장이다.”

▶감사원장 임기를 마치지 않고 대선에 직행하는 데 대한 비판도 있다. 대선에 나가기로 한 계기는 뭔가.

“감사원장을 역임한 것이 대선으로 가는 좋은 계기가 된 것은 행운이다. 최 전 원장이 처음부터 대통령이 돼 나라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너 대통령하라’는 얘기들이 많아지고 스스로 시대 상황을 살펴보면서 긴 호흡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갑자기 분노를 일으켜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는 보지 않는다. 감사원장을 하면서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정말 나쁘다, 그런 세력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본다.”

최 전 원장의 조기 입당과 관련, 김영우 상황실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의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의 요체는 정당 정치”라며 “정당 정치가 아니고서는 대의민주주의를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애초부터 제3지대가 아닌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전을 치르겠다는 게 최 전 원장 측의 대체적인 기류였다. 최 전 원장의 약한 고리인 인지도와 지지율을 단시일 내에 높이려면 국민의힘이라는 뒷배경이 필요하다. 보수 결집의 주역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최 전 원장 측 한 인사는 “정치 초년병인 최 전 원장은 호랑이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을 각오가 단단히 돼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않고 막판 후보 단일화할 것”

그런 점에서 최 전 원장의 행보는 윤 전 총장과 뚜렷하게 대별된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여전히 신중하다. 국민의힘에 일찍 들어가면 중도층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윤 전 총장 캠프의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을 만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당장 입당하지 않고 막판에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단일 후보가 된다면 국민의힘 경선이 마무리되는 11월 쯤에야 입당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최 전 원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막판 힘을 모으는 시나리오도 등장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최 전 원장은 정책 콘텐츠 면에서 약한 고리가 있는 만큼 경제 전문가인 김 전 부총리와 단일화를 이룬다면 어느 누가 되든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김 전 부총리의 선택이다. 그는 지난 6월 기자와 만나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체인 정치권의 변혁이 필요하고 모든 판을 바꾸는 경장(更張)을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시민들이 정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지난 2년간 전국을 다니며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 보니 잠재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이런 지혜가 모여 에너지가 결집되고 집단지성이 되면 경장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아래로부터의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기존 여의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이다. 제 3지대 출마론이 나오는 이유다.

홍영식 논설위원 겸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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