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정부 공식 선전물에 "쇠퇴하는 일본"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외교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나라의 정부가 공개적으로 특정 국가를 폄하하는 것은 되레 국격을 훼손시키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현재 문체부는 해당 게시물을 수정했다.
문체부 국민소통실은 지난 8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쇠퇴하는 일본, 선진국 격상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카드 뉴스를 게시했다. 해당 카드 뉴스에는 강철구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교수의 기고문을 요약한 내용이 담겼다.
지난 5일 강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한국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반면 일본은 코로나 방역실패와 경기침체 등의 국력 저하 상태가 지속되면서 한일 간 무역의 상호 중요성이 점차 쇠퇴해 가는 것을 엿볼 수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소통실이 특정 국가를 공개적으로 폄하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시민 A 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해당 카드 뉴스를 제작한 담당자와 결재권자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포스터 제작 과정에서 검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등 내부 프로세스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소통실에서 특정 국가를 폄훼하고 조롱하는 표현이 사용된 카드 뉴스를 제작해 배포한 행위는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기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히려 대한민국의 국격이 훼손되고 위신이 땅에 떨어질 수 있는 일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민소통실 담당자 및 결재권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외교적 결례를 통해 국격을 훼손시킨 국민소통실 담당자와 결재권자를 일벌백계해 더 이상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했다.
누리꾼들은 "어느 나라 정부가 공식 선전물에다가 다른 나라 욕을 적어놓냐", "이게 정부 공식 자료라니", "외교적 이득이 있나?", "북한한테 저렇게 해라", "반일 감정을 통해 국민들을 선동한다는 게 더 큰 문제"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13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국 콘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사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편집한 사진을 게시했다가 외교 결례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카드 뉴스 제작 및 수정 경위와 관련해 "(강 교수의) 기고문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이고, 최대한 원문의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을 의식해 수정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부적으로 이슈가 있어서 수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디지털콘텐츠는 메시지 전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수시로 내용을 확인하고 수정해야 하는데, 최선이라 생각되는 지점을 찾고 수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