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직도 종전되지 않은 세계 유일의 분단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선 주권과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강력한 군이 필수다. 국방비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2.8%를 국방비로 지출할 정도로 경제 규모 대비 군사비 지출이 크다. 미국(3.7%)보다는 비중이 작지만 프랑스(2.1%), 중국(1.7%) 등을 넘어선다. 지금의 국방비마저도 향후 5년간 연평균 6.1%씩 늘어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대한민국 항공무기체계를 책임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KAI는 1999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항공무기체계 제조 기업이다. 주력 상품은 2005년 출시한 T-50 시리즈와 2013년 출시한 수리온(KUH) 시리즈다. T-50은 마하 1.5로 비행할 수 있는 비행훈련 겸 경공격전투기다. 국내에선 주로 훈련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에선 주력 전투기로 채택됐다. 수리온 시리즈는 최대 13명(조종사 포함)을 수송하는 기동 헬기로, 시속 약 290㎞로 작전 지역을 이동할 수 있다. 현재 군 외에 소방서, 경찰서 등에서 사용하는 파생형 제품도 출시됐다. 두 제품은 우리나라 방위사업청과 정부기관 외에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각국에서 판매됐거나 판매가 논의 중이다.
KAI는 소형공격헬기(LAH)와 한국형주력전투기(KF-21)도 개발 중이다. LAH는 2013년부터 개발 중인 제품으로 총 개발 예산 6500억원이 책정됐다. 수리온(KUH) 대비 작고 민첩한 동체를 지니고 있고, 최대 시속 325㎞로 비행한다. 미사일과 로켓을 적에게 퍼부어 단숨에 적 지상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다. KF-21은 2015년부터 개발 중이며, 개발 예산으로 8조원 넘게 책정됐다. 쌍발 엔진을 통해 민첩한 기동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첨단 레이더를 통해 적을 빠르게 탐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부분 스텔스 능력을 통해 쉽게 탐지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KAI는 방위사업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 민항기 제조사에 동체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B737, B747, B767, B777, B787 등 보잉사 5개 모델에 날개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에어버스 A319, A320, A321, A350에도 날개 부품과 동체 일부를 공급하고 있다. 우주개발 분야에서도 ‘다목적 실용 위성’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저궤도 위성에서 사용되는 ‘차세대 중형위성’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상업용 우주 발사체’ 개발을 마무리해 우주선 국산화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KAI의 향후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작년에도 방산 부문 매출은 2019년 대비 약 10% 증가한 2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민항기 기체 부품 사업의 매출이 기존 1조1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는 단기적 경기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방위사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향후 방위사업청이 LAH와 KF-21 등 차세대 무기체계 생산을 맡길 예정이므로 방산 부문은 장기간 성장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민항기 기체 부품 사업도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정상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미 보잉이나 스피릿에어로시스템 등 민항기 관련 주요 기업의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방산과 민수 부문이 모두 정상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매출 3조원 달성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다. 매출 확대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도 기대한다. 내년 영업이익은 2300억원, 주주 순이익은 1250억원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며 이에 따른 배당 확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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