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와 관련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검찰 수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 장관은 14일 법무부 7층 대회의실에서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박 장관은 "의욕적으로 조사해온 검사를 갑작스럽게 교체함으로써, 조사 혼선 및 소위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했다"면서 검찰의 불기소 결론을 뒤집지는 않았지만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 관행 개선 방안을 밝혔다.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당시 검찰 수사팀이 '증언 연습'을 시킨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도 참고인들이 검찰에 100회 이상 소환돼 증언할 내용 등에 대해 미리 조사받았다. 공소 제기 이후 참고인 조사는 부적절한 '증언 연습'이라고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증인의 기억이 오염되거나 왜곡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이 한 전 총리에 대한 금품 공여 진술을 뒤집은 한만호 전 대표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 그의 동료 재소자들에게 법적 증언 연습을 시켰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임은정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조사 중이었지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서면 지시로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으로 지정됐다. 이후 허 과장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수사팀을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대검은 "사건 배당은 검찰총장의 권한"이라며 "사건을 임 연구관에게 배당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대검은 한 전 총리 민원 처리 과정에서 감찰부에서 인권부로 사건 재배당을 시도해 조사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설득 과정이 없었고 내부 반대 의견을 묵살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실상 주임 검사를 교체해 결론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 징계혐의점은 찾지 못했다.
박 장관은 "대검 부별 업무분장 철저 준수로, 검사 비위가 사소한 절차 위반이나 경미한 실수로 취급되는 등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감독 강화하라"면서 "대검 내에서의 사건 배당 시 혹은 대검에서 일선 청으로의 사건 배당 시 일정한 기준 정립 필요하다"고 개선안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한 전 총리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해당 정보가 숱하게 언론에 유출됐다고 보고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대검은 소수 연구관들로만 회의체를 구성해 충분한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혐의 결정했고 대검 부장회의 종료 45분 만에 구체적 회의 내용과 의결 과정이 특정 일간지에 보도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시된 개선안에는 기소 전 공개 범위 구체화 및 엄격한 기준 제시, 공개 여부 심의 시 고려사항 제시, 예외적 공표요건 명확화·구체화, 반론권 보장, 진상조사 근거 신설 등이 포함돼 있다.
박 장관은 "우리 검찰이 과거와 단절하고 완전히 새로운 미래검찰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누구를 벌주고 징계하려는 합동감찰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온 사건이다. 한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 이후 여권에서 자금 제공자였던 건설업자 한만호 씨의 증언 번복을 앞세워 한명숙 수사팀이 관련자들에게 위증을 강요한 의혹이 짙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추미애?박범계 장관이 부임 후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무혐의로 결론이 나왔고, 이후 합동감찰을 지시한 후에도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 징계혐의점은 찾지 못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