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폭이 4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증가폭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치솟는 집값에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흐름이 이어진 결과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올해 6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3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1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증가액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최대치다. 코로나19 직후 생활자금 가계대출 수요가 몰렸던 지난해 상반기(40조6000억원)와 비교해도 증가폭이 1조원 불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올 상반기 63조3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폭이 급증한 것은 내집 마련을 위한 차입금 조달이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 75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0조4000억원 늘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6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283만원으로 작년 12월(10억4299만원)보다 9984만원(상승률 9.7%) 뛰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5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8만8000가구에 달했다. 부동산 가격이 뛰고 거래량도 불어난 만큼 주택담보대출 증가폭도 적지 않았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 증가폭도 급증했다. 은행권 기타대출은 지난 6월 말 277조3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1조3000억원 증가했다. 4월 28~29일 이뤄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려는 개인이 증거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늘린 영향이다. SKIET 공모주 일반청약에는 사상 최대인 80조9000억원이 몰렸다. 4월 기타대출은 11조8000억원 불었다. 역시 최대 증가폭이다. 하지만 SKIET 공모주 청약이 끝난 직후 가계는 신용대출 상당액을 상환했다. 그 여파로 5월 은행 기타대출은 5조5000억원가량 줄었다.
올해 6월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02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5조8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세 자영업자의 영업자금 수요가 몰린 작년 증가폭(77조7000억원)보다는 줄었다. 은행 기업대출 가운데 자영업자(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405조4000억원으로 19조4000억원 불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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