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폭락했던 종목들이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따상(상장 첫 날 공모가 대비 160% 상승)’ 기대감에 기업공개(IPO) 흥행을 기록하고 상장 직후까지 열기가 이어졌던 종목들이다. 바이오주 둘을 제외하면 상장 직후의 종가 기준 고점을 넘어섰거나 근접했다. 상장 초기에 들어가 원금회복 조차 못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따상 열풍 2번 타자 카겜, 신작 오딘 흥행에 코스닥 시총 2위로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카카오게임즈는 직전거래일(13일) 대비 1900원(2.29%) 내린 8만1200원으로 마감했다. 주춤하긴 했지만, 코스닥 상장 이튿날인 작년 9월11일의 ‘따상상(따상 이튿날 상한가로 상승)’ 가격 8만1100원 이상이다. 지난달 말 출시한 신작 게임 ‘오딘’의 흥행에 힘입어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43.77% 상승한 카카오게임즈는 이미 지난 9일 따상상 가격을 넘어섰다. 시총 규모도 코스닥 2위로 올라섰다카카오게임즈는 공모가가 2만4000원이었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 58조5543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으며 152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끈 뒤 따상상을 나타냈다. 당시로서는 사상 최고 청약경쟁률 기록이었다.
하지만 작년 9월12일부터 가파르게 하락해 상장한지 한달여가 지난 작년 10월15일에는 상장 첫날 시초가 아래로 떨어졌고, 같은달 27일 4만4050원으로 바닥을 찍었다. 올해 들어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달 말까지는 여전히 상장 첫날의 따상 가격(6만2400원)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미가 산다”던 하이브, 수익구조의 BTS 편중 극복하자 회복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상장 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전일 31만9000원에 마감해 상장 첫 날인 작년 10월15일 개장 직후 찍었던 따상 가격 34만7490원(유상증자 전 35만1000원)에 근접했다.작년 10월5~6일 진행된 하이브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는 카카오게임즈에 육박하는 58조4236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상장 전 증권가에서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아미(BTS의 팬클럽)들이 한 주씩만 사도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기대는 개장 직후까지만 유지됐다. 따상을 찍은 뒤 바로 주가가 하락해 시초가보다 4.44% 내린 25만5420원(유상증자 전 2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튿날엔 주가가 22.29% 더 빠졌다. 같은달 말에는 14만580원(유상증자 전 14만2000원)까지 빠져 공모가(13만5000원)를 위협하기도 했다. 하이브의 추락 과정에서 증권가는 “아미들은 BTS를 좋아하지, 소속사인 하이브(당시 빅히트)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분위기는 올해 4월 하이브가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이타카를 인수하면서 바뀌었다. BTS에 편중된 수익 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지난 1월 YG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에 따라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YG 소속 가수들이 입점하고, 음원·음반 유통과 MD 사업을 하는 YG플러스는 하이브의 콘텐츠를 유통하기로 했다. 하이브 측은 YG플러스에 700억원을 투자했다.
SK IET, 이차전지 소재 테마 상승세에 시초가 회복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 주주들의 마음고생이 그나마 가장 짧았다. 전일엔 주가가 직전거래일 대비 2500원(1.18%) 빠진 20만9000원으로 마감돼 상장 첫날 시초가 21만원 아래로 내려갔지만, 지난 13일 종가는 21만1500원이었다.이달 들어서만 SK IET 주가는 14.21%가 올랐다. 최근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에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다. 특히 SK IET는 고급 분리막인 습식 분리막 시장을 일본의 도레이, 아사이카세이와 함께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 첫 날의 성적은 초라했다. 공모가의 두 배였던 시초가 21만원 대비 26.42% 폭락한 15만4500원으로 마감됐다. 거의 하한가를 친 셈이다. 청약 과정에서의 과열 때문으로 해석됐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부터 과열 조짐이 보였다. 지난 4월28~29일 진행된 SK IET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는 80조9017억원의 증거금이 몰려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이브를 제외한 앞선 IPO 대어들이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했기에 공모주를 배정받기만 하면 160%의 수익은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균등 배분 방식 때문에 올해 대어급 IPO 일반청약 과열
올해 들어 투자자들이 IPO에 더 열광했던 이유는 일반 공모주 일반 청약에 균등 배분 방식이 적용되면서다. 작년까지 적용됐던 청약 증거금에 비례한 공모주 배분 방식이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일반 공모주 물량의 절반은 모든 청약 접수자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는 균등 배분 방식이 도입됐다.이 방식이 도입된 뒤 처음 IPO에 나선 대어급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였다. 자체적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를 개발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점 때문에 주목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3월9~10일 진행된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63조6198억원의 증거금을 끌어 모았다. 당시로는 청약 증거금 규모 신기록이었다.
균등 배분 방식이 적용되면서 가족 명의를 동원하고 청약을 받는 증권사마다 계좌를 개설해 최소 증거금만 넣는 투자자들도 여럿이었다. 이에 대한 문제도 제기돼 증권사마다 계좌를 개설해 청약을 넣는 중복 청약을 할 수 없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전일 종가는 15만5000원으로 상장 첫 날의 따상 가격 16만9000원 대비 8.28% 낮은 수준이다. 굴직한 스타 IPO종목들 중 아직도 상장 당시의 가격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처음 따상 열풍의 일으킨 SK바이오팜도 부진한 상태다. 전일 주가는 13만500원이었다. 상장 첫날 따상 가격인 12만7000원보다는 높은 가격이지만, 이튿날의 따상상 가격 26만5000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SK바이오팜은 상장 사흘째까지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따상상상을 보였다. 상장 직후 고점은 닷새째인 작년 7월8일의 21만7000원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