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逆세계화·인구 변화…美 40년 저인플레 시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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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발생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수십년간 이어져온 미국 내 ‘저(低) 인플레이션’이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의 물가 급등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상당기간 지속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년 동안 누적 인플레 18% 그쳐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 경제는 1980년대 초반부터 40년 가까이 3%(전년 대비) 안팎의 낮은 인플레이션을 보여왔다. 금융위기 충격이 컸던 2009년엔 마이너스(-0.36%)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물가의 배경으로는 세계화와 근로인구 증가,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이 꼽힌다. 미국의 무역 총액은 1970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1%에 불과했으나 2011년 31%로 급증했다. 무역 장벽이 속속 허물어지면서 미국 내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들여온 저렴한 상품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1980년대 이후 중국이 글로벌 시장 경제로 편입되면서 값싼 노동력이 크게 늘어난 점도 물가를 낮추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품을 제외한 미 근원 인플레이션이 1990년 이후 20년동안 단 18% 오르는 데 그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상품이 아닌 서비스 물가는 같은 기간 147% 급등했다. 미국에서 각종 서비스까지 수입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블러리나 우루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오랫동안 무역 상대국에서 디플레이션을 수입해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발달 역시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한 일등공신이다. 일명 ‘아마존 효과’다. 2017년 골드만삭스는 아마존이 촉발한 온라인 가격 경쟁이 근원 물가상승률을 매년 최대 0.1%포인트 끌어내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50년 전처럼 고물가 시대 닥칠 수도”

저물가 기조가 바뀔 단초를 제공한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시한 대중(對中) 무역전쟁이란 게 WSJ의 분석이다. 양국 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미국이 중국 상품에 매긴 관세율은 평균 19%에 달했다. 분쟁 이전과 비교하면 6배 뛴 수치다. 2012~2017년 연평균 5.8%씩 하락했던 세탁기의 소비자 가격은 무역분쟁 직후였던 2018년 상반기에만 12% 급등했다.

가속화하고 있는 고령화도 물가엔 부정적 요인이다. 미국의 65세 인구 비중은 작년 기준 16.6%로, 10년 전(13.0%) 대비 3.6%포인트 상승했다. 2030년엔 20.3%로 급증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란 게 유엔의 전망이다.

컨설팅 업체인 토킹헤드의 마노즈 프라단 창업자는 “고령자가 늘면 생산량이 감소하고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수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유통 기업들이 점유율 확보 차원의 가격 경쟁을 접고 있다는 얘기다. 차량호출 업체인 우버가 올해 1~5월에만 요금을 27% 올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결정타를 날린 건 팬데믹이다. 원자재 및 부품 공급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불을 댕기고 있다. 일각에선 1970년대와 같은 고물가 시대를 맞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웰스파고의 사라 하우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물가를 낮게 유지해주던 다양한 요인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Fed 내에서도 물가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뉴욕연방은행은 향후 12개월간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4.8%로 집계했다.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향후 3년간의 기대 물가상승률은 3.6%였다.

다만 현재의 물가 압력은 공급망 병목 때문이어서 머지 않아 2%대의 저물가 시대로 복귀할 것이란 게 Fed 내 주류 시각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도 이날 “팬데믹이 물가 분석을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일부 가격 급등이 일시적인 건 분명하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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