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대로변에서 납치당하는 상황에서 중국 시민들이 구경만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 매체 시나연예, 소후 등 현지 언론들은 지난 10일 한 여성이 납치 위기에서 끝까지 저항하며 위기를 모면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남성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동안 여성은 도움을 요청하며 저항했지만, 도와주는 시민은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지난 9일 중국 광시성 천저우의 한 도로변에서 촬영됐다. 영상 속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걸어가자, 차에서 의문의 남성이 튀어나와 강제로 차에 태우려 했다.
여성은 온몸으로 저항했고, 남성은 여성을 뒷문에 태우려다 실패했다.
소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차를 중심으로 오토바이가 여럿 지나갔지만 아무도 여성을 도와주지 않았다. 남성이 여성의 격렬한 저항에 주춤해 여성이 걸어 나온 후에야 지켜보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몰렸다.
그제야 남성은 여성을 다시 납치하는 것을 포기하고 차를 몰고 현장을 떠났다.
현지 언론은 해당 사건은 현재 경찰에 접수된 상태이며, 두 사람은 헤어진 연인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정을 통해 해결된 상태"라고 전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중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신이 현장에 있었다면 무엇을 하겠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범죄나 어려운 처지에 빠진 '웨이관 문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사고가 나도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모른 척 한다는 뜻을 가진 '웨이관(圍觀·방관)' 문화로 중국에서는 길가에서 쓰러진 노인을 방치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소녀에게 투신을 재촉하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2019년에는 등교하던 9세 소년이 습격을 받아 30여 분 간 폭행을 당했는데,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목격자 중 일부가 해당 장면을 찍어 웨이보(중국판 SNS)에 게재하기까지 했지만 도움을 주진 않았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돕지 않는다고 해서 비판할 수 없다"는 여론이 주를 이룬다. 잘못 도움을 줬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 2006년엔 버스 승강장에 쓰러진 노인을 병원에 데리고 간 20대 일용직 근무자에게 해당 노인이 "저 남자에게 부딪혀 굴러떨어졌다"고 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