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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델타변이보다 무섭다…소상공인 "이제 더는 못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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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다가 2016년 한국으로 유턴한 실린더 제조업체의 A사장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업을 접어야 할지 계속 운영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A사장은 “그동안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한국에 돌아온 걸 후회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오르면 이윤은커녕 손실이 날 판”이라며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최저임금 등 고정비 상승이 더 무섭다”고 털어놨다.

2022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이번주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앞둔 가운데 중소기업·소상공인업계가 패닉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 5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로제 및 대체공휴일제 시행 등으로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오르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숙련공 이탈…고용 위축 불가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은 중소제조업과 소상공인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주로 외국인 노동자와 시급제 아르바이트생 등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를 많이 쓰는 업종이다.

금형 주물 등 뿌리산업계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숙련 근로자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등의 최저임금 인상분을 메우다 보면 숙련 근로자의 임금 인상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임금은 기업이 근로자의 생산성과 기여도, 능력에 따라 주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인데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려는 것은 근로자 간 갈등과 역차별 등 부작용만 낳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중소기업·소상공인 600곳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응답자 69.2%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신규 채용 축소와 인력 감원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서울 세운상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데다 코로나19까지 터지니 아르바이트생을 데리고 있을 수 없다”며 “주변 상인 대부분이 1인 사업장이 된 현실이 정부가 주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빚더미에 허덕여 임금 더 못 올려”
기업 인건비는 통상 최저임금에 연차수당, 퇴직금, 4대 보험료, 주휴수당 등으로 구성된다. 이런 간접비는 전체 인건비의 약 33%를 차지한다. 여기에 내년부터 30인 미만 영세기업까지 공휴일이 유급휴일로 변경되는 데다 대체공휴일제 시행으로 연간 15일 유급휴일이 보장되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액은 연 4.8% 늘어날 전망이다.

인건비를 지급해야 할 기업의 사정은 좋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7조9000억원으로 전년(47조300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중소기업 52.8%는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한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선 1분기에만 22조3000억원이 또다시 증가했다.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잔액도 803조5000억원으로 전년(684조9000억원) 대비 17.3%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엔 83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양태석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 주 52시간제 도입, 유급휴일 확대,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중소기업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라며 “경영자들이 월급을 밀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정부가 아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소수 노조 횡포 멈춰달라”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달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는 78.9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와중에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이는 민주노총 등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DVD방을 운영하는 한 지역 소상공인단체 대표는 “200만 명 양대 노조는 월급을 받아가며 시위하고 이익을 주장하지만 640만 소상공인은 시위하려면 가게 문을 닫고 나서야 한다”며 “제발 소상공인의 사정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중소기업은 해외 이전을 타진 중이다. 정부의 리쇼어링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경기 김포의 한 수출 가구업체 대표는 “지난해 3월 코로나로 연기했던 베트남 공장 설립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경진/안대규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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