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남 창원 아라미르CC(파71·7206야드) 9번홀(파4).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 1라운드를 마무리하는 김봉섭(38)의 버디 퍼트가 홀 안으로 힘차게 굴러 들어갔다. 8언더파 단독선두로 올라서며 첫 라운드를 마무리한 김봉섭은 하늘을 향해 손 키스를 보내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생애 첫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선 기쁨을 표시했다.
김봉섭은 2008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딱 벌어진 어깨와 우람한 팔, 다리에서 드러나듯 그는 코리안투어의 대표적인 장타자다. 2012년을 시작으로 2017년, 2018년까지 총 세 차례 장타왕에 올랐다. 허벅지 둘레가 웬만한 성인 여성 허리둘레 수준이다.
축구 선수로 활동하던 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온 웨이트 트레이닝이 비결이다. 근육을 키우는 ‘벌크업’으로 장타자의 아이콘이 된 브라이슨 디섐보(25·미국)보다 먼저 근육과 비거리의 관련성을 알아챈 셈이다. 2012년 평균 드라이브 거리 300.087야드로 장타왕에 올랐고 35세,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연달아 장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우승 운은 따르지 않았다. 아직까지 코리안투어에서 우승을 챙기지 못한 ‘무관’의 장타왕이다. 올 시즌 들어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도 이어졌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4월 프로미오픈에서 공동 10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지난달 한국오픈에서는 커트 탈락하는 아픔도 겪었다.
김봉석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한국오픈에서 샷감이 좋았는데도 커트 탈락해 다소 가라앉은 상태였다”며 “이번 대회를 위해 창원에 내려오면서 ‘후회 없이 김봉석의 골프를 치자’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김봉섭은 첫홀부터 기세를 올렸다. 10번홀(파4)에서 경기를 시작한 그는 첫 티샷부터 309야드를 기록하며 ‘장타왕의 귀환’을 알렸다. 첫홀부터 두 홀 내리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한 데 이어 14번홀(파4)에서는 버디 퍼트가 조성민(36)의 볼 마커를 맞고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행운도 따랐다.
샷감과 퍼트도 좋았다. 18개 홀 가운데 16개 홀에서 그린에 공을 올렸다. 전반에만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으며 선두를 달리던 그는 중반부터 파세이브를 이어갔다. 그사이 최장호(26)가 버디 행진을 이어가며 공동 선두로 올라왔다. 그래도 투어 13년차의 연륜이 뚝심을 발휘했다. 7번홀(파3)에서 다시 한번 버디를 잡아낸 데 이어 9번홀 중거리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첫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김봉섭은 “오늘은 샷도 티샷도 퍼트도 모두 만족스러웠다”며 “후반에 버디 찬스를 몇 개 놓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김봉섭의 골프’를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라며 “공격적으로 ‘지르는’ 골프로 즐거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백신을 맞지 못해 디오픈 출전을 포기하고, 한국오픈에선 우승 경쟁을 하다가 3위에 그친 김주형(19)은 이번 대회에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김주형은 15홀까지 1오버파로 마무리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