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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콩나물 물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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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시골 어귀 집집마다 마당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노란색 병아리 모자를 뒤집어쓴 콩나물을 쉽게 보곤 했다. 우리 어릴 적에는 보릿고개가 있어서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따뜻한 쌀밥에 콩나물 식단이면 아주 훌륭한 한 끼였다. 식사 시간 식탁에 올라올 콩나물무침, 콩나물국, 콩나물밥 등 각종 콩나물과 연관된 요리를 생각하면서 침을 삼키곤 했다. 콩나물 줄기가 세상을 향해 뻗어나가는 듯 길쭉하게 자라면서 우리의 밥상에 풍요로움을 선사했다.

이제는 시골집이 아니더라도 도심 속 아파트에서 콩과 바구니, 물만 있으면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콩나물은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각종 영양소가 들어 있어 건강에 좋다. 집에서 기르기 때문에 농약이나 화학 처리에 대한 염려도 덜 수 있어 직접 재배하는 집이 꽤 있다고 한다. 집에서 직접 콩나물을 재배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아이들의 창의력 상승과 재미는 덤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눈에 새겼던 콩나물 재배는 무척 쉬워 보였다. 전통시장에서 콩을 사서 바구니에 물을 부은 다음 하루 정도 불리면 콩이 통통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3일 정도 지나면 뿌리가 조금씩 나기 시작하고 5일 즈음엔 노란색 대가리가 나오면서 콩나물 모습에 가까워진다. 1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주기적으로 물을 주고 애정 어린 시선을 쏟다 보면 어느새 키만큼 자란 콩나물을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이 콩나물같이 쑥쑥 크길 바라는 게 부모의 진심 어린 마음 아닐까. 콩나물이 반복적인 물 주기로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이 성장하는 것도 비슷하다. 기초부터 차곡차곡 학습하고 반복적으로 공부함으로써, 물기를 먹고 콩나물이 자라듯 번듯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알고 있듯 한국의 교육 문화는 뜨겁다 못해 전쟁터를 보는 듯하다. 성공이라는 세속적인 욕심을 가르치기보다는 올곧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성 교육과 윤리의식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우리네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원하든 원치 않든 경쟁을 먼저 학습하게 돼 못내 안타깝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매주 일요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성당에 가며 생각하곤 한다. 미사를 드리는 순간은 반성과 성찰을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지만, 성당 문밖을 나서면 지우개로 지우듯 잊어버리곤 한다. 현실 세계에 부딪히면서, 이기적인 생각들이 나 자신을 지배한다. 그렇게 또 1주일을 산다.

비록 돌아서면 잊게 될지라도 1주일에 한 번씩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다 보면 나중에는 콩나물이 노란색 대가리를 틔우듯이 조금씩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게 아닐까. 무럭무럭 크는 콩나물을 생각하고 있노라니, 문득 어머니가 끓여준 시원한 콩나물국에 대한 기억이 침샘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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