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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풀면 뭐하나…"며칠 만에 집값 5000만원 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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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200가구 안팎의 소규모 단지의 전용 59㎡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은 집주인 하모 씨(35)는 최근 들어 중개업소들의 연락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하 씨가 집을 내놓은 시점은 6개월 전이다. 당시만 해도 매수 문의가 뜸해 매도 계획을 철회해야하나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집을 보고 싶다는 매수인이 하루에 2~3명씩은 찾아온다. 현재 이 단지의 매물은 하 씨가 내놓은 아파트 단 하나. 하 씨는 중개업소와 상의한 끝에 기존에 5억8000만원으로 책정했던 호가를 6억3000만원으로 올렸다.

이달부터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완화하면서 시세 6억~7억원대의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 매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7월에 들어서면서 서울 외곽지역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급속히 줄고 있으며 호가는 수천만원씩 뛰는 분위기다.
"매수 수요 급등"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외곽지역에서 매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금천구의 K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진 한동안 매수 문의가 없고 매매 거래도 뜸했는데 지난주부터 매물을 찾는 고객들의 전화 문의가 쇄도하는 분위기”라며 “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대상이라 대출이 60%까지 가능한 6억원 이하를 찾는 젊은 층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1일부터 무주택자에 대해 LTV 우대 폭이 기존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높아지는 한편 대상 주택은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한다면 투기과열지구에선 집값의 50~60%, 조정대상지역에선 집값의 60~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존과 비교하면 LTV가 10~20%포인트 높아진다. 대출 한도는 4억원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무주택자가 7억원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기존 LTV를 적용하면 2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반면 7월부터는 대출 가능액이 최대 4억원으로 1억2000만원 늘게 된다.

정부에서는 무주택자들에게 대출 사다리를 놓아줬다고 보고 있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다르다. 이번 규제 완화로 대출이 가능한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6억~7억원대 아파트 매물은 급감하고 있다. 매수 심리가 강해지면서 호가가 뛰면서 대출규모는 늘었지만, 집값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더 늦으면 매수 못해"
중저가 주택이 몰려있는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며칠 사이에 호가가 최대 5000만~6000만원씩 뛴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6개월 새 가장 가격이 오른 곳 중 하나인 상계동 2634가구 대단지 재건축 단지인 ‘상계주공 7단지’의 경우 전용 41㎡ 기준 올해 3월 5억원대 중반이던 것이 지난달 6억8000만원에 팔렸다. 3개월 사이에 1억원 넘게 가격이 오른 것이다. 최근 호가는 7억원대 초반으로 올라섰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노원구 재건축 단지의 경우 3040세대 젊은 층들이 그나마 보유한 자금으로 매수할 수 있는 아파트라는 인식을 하는 듯 하다"며"최근엔 8억원을 찍기 전에 매수하자는 분위기로 매물을 찾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뛰고 있다"고 밝혔다.

성북구 석관동도 마찬가지다. 인근 청량리에 비해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집값 상승이 제한적이었던 지역이다. 분위기는 반전돼 최근 몇 개월 새 1억원가량 뛴 곳이 많다. 가령 지난해 말까진 5억원대 중후반이던 석관동 ‘두산’ 아파트 전용 54㎡가 지난달엔 7억10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올랐다. 현재 이 단지에서 소형(전용 54㎡) 아파트 매물은 단 하나도 없다. 구로구 구로동, 강북구 미아동 등도 최근에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5억원대 아파트가 6억원이 되면서 4억원대 아파트 가격도 밀려 올라가는 모양새다. 석계역 인근 ‘석관삼성’ 아파트는 지난해 말만 해도 전용 84㎡가 4억원 후반대였는데 올해 5월엔 5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나홀로 단지인 '덕산' 전용 59㎡ 역시 지난 5월 4억원대 중반에서 최근 5억원대 초반까지 호가가 상승했다. 올 초 덕산 아파트를 구매한 고유나 씨(가명·31)는 "조금 더 늦었더라면 아파트를 매수하지 못할 뻔했다"며 "가격이 7000만원이상 뛰어서 좋긴 한데, 아직 진입하지 못한 사람은 불안할 듯하다"고 말했다.
단지별 거래 가능한 매물 1~2건 뿐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를 분석해보면 6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1.01% 상승해 전월(0.80%)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올해 1월 1.27%에서 2월 1.14%, 3월 0.96%, 4월 0.74%로 석 달 연속 오름폭이 줄었다가 지난달 다시 오름폭을 키워 이달까지 2개월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됐다. 특히 구로구(2.72%)를 비롯해 노원구(2.19%)·도봉구(2.10%) 등 외곽 지역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6억~7억원대 중저가 아파트를 찾는 이가 많지만 서울에는 물량이 많지 않다. 서울 강북에서도 중소형 평균 아파트 가격이 9억원에 다다른 상황이다. 서울 주택시장에서 올해 1∼6월에만 시세 6억 원 이하 아파트 3가구 중 1가구 중 사라졌다. 대출 규모는 늘었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 힘들어진 셈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초 25만9785가구였던 서울 지역 시세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지난달 말 17만6186가구로 32.2% 감소했다. 약 6개월 만에 중저가 아파트 3가구 중 1가구가 없어진 셈이다. 이 기간 광진구에서 시세 6억원 이하 아파트는 829가구에서 188가구로 77.3%나 감소했다. 은평구는 1만68가구에서 4167가구로 58.6% 줄었고 동작구(―54.6%) 강동구(―53.9%) 마포구(―46.7%) 등에서도 크게 감소했다.

시세 6억 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절반을 넘는 곳도 급감했다. 올해 초만 해도 도봉구(67.2%) 금천구(60.2%) 중랑구(58.6%) 노원구(55.4%) 등 4곳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절반을 넘겼지만, 지난달 말에는 도봉구(54.0%) 한 곳으로 줄었다.

이번 대출완화 및 매수세 강세로 몇 안되는 6억~7억원대 중저가 단지들은 더욱 빠르게 소진되는 분위기다.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대단지에서도 소형 면적별로 매물 ‘0’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500가구 가까이 되는 구로동 ‘이화우성’ 아파트에선 7억원대 이하인 전용 59㎡ 매물은 1~2개 뿐이다. 부동산 매물을 올리는 홈페이지 등에 중복 게재가 가능한 만큼 실제로는 매물이 더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구로동 G공인 대표는 “사이트에는 열 몇씩 매물이 등록돼 있어도 중복 매물이나 집주인이 거둬들인 물건을 제외하면 단지별로 실제로 거래 가능한 물건은 1~2건뿐”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직장인 7년 차인 윤상일 씨(가명·33)도 마음이 조급하다. 직장이 서울 광화문 인근이라 홍제역 쪽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는데 30년 가까이 된 구축 아파트값도 7억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윤 씨는 "홍제역 인근 나홀로 아파트나 구축 단지에서만 간간이 6억원대 매물이 나와 있다"며 "6개월 전에만 집을 알아봤어도 좋았을 텐데 가격이 너무 많이 뛰어서 매수할 수 있는 집이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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