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부활’ ‘택지 소유 제한’ ‘개발이익 환수 강화’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 ‘국토보유세 도입’….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여당 내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하루 동안 쏟아낸 부동산 관련 공약들이다. 이 지사는 토지에 매기는 보유세를 대폭 올려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이 전 대표는 한술 더 떠 22년 전 이미 위헌 판정이 난 사인(私人)의 택지 소유 제한을 재추진할 뜻을 밝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 4년간 각종 부동산 규제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집값이 급등했는데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며 “결국 소수 땅부자가 집값을 올렸다는 프레임으로 국민을 편가르기하는 ‘부동산 이념논쟁’에만 골몰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32년 만에 토지공개념 꺼낸 이낙연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을 대표발의해 연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토지공개념 3법은 헌법상 선언적으로 명시된 토지공개념(122조)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다.이 전 대표는 토지 소유의 심각한 집중화 현상이 주택가격 상승 등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개인 상위 1%가 전체 개인소유 토지의 31.9%를, 법인의 경우 상위 1%가 전체의 75.7%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토지 가치 상승은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조달한 도로·철도 등 인프라 구축 때문에 이뤄진 것인데 그에 따른 이득을 소수가 독점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해결책으로는 택지소유상한법을 제정해 법인의 택지 소유를 금지하고 개인의 택지 소유에는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공시지가의 51%를 부담금으로 내도록 했다.
개발이익환수법을 개정해 현재 20%대로 낮아진 환수부담률을 50% 선까지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과거 토지초과이득세법을 대체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유휴토지 가격이 정상적인 상승분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가산세를 물리는 내용을 담았다.
이재명은 “국토보유세 거둬 나누자”
이 지사도 같은날 부동산 정책 구상을 밝혔다. 이 지사는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불로소득에 대한 믿음이 국가의 영속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 통제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국민의 삶이 악화하고 민주당 정부에 대한 평판도 나빠졌다”고 진단했다.그러면서 기업 등이 보유한 비필수 부동산에 대한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부과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비필수 부동산은 보유가 부담이 되도록, 심하게는 손실 나도록 해야 한다”며 “조세저항을 이겨내기 위해 부과된 보유세는 온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돌려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시장 불공정행위 등에 감시와 처벌을 관장할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감독기관을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관료들이 저항해 거래분석원으로 격하됐다”고 덧붙였다.
“토지공개념 부활은 시대착오적”
정치권에선 “이미 20여 년 전 위헌 결정 등 역사적 판단을 받았던 토지공개념이 다시 논의되고 있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꺼내든 토지공개념 3법은 사문화된 헌법상 토지공개념 조항의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4년 헌법재판소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토지초과이득세법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99년에는 택지소유상한제법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했다.노태우 정부에서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토지공개념은 1989년 도입 논의 당시 경제기획원이 창작한 단어로 경제학에도 없는 개념”이라며 “국유지·사유지는 있을 수 있어도 토지공개념은 소설 속에서나 나올 수 있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여당 주자들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초강력 규제방안을 앞다퉈 내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렇게 강력한 제도들이 시행된다면 당장 서민경제와 직결된 건설업과 부동산업이 위축되면서 시장 충격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 경제 전체가 힘들어지면서 이에 따른 피해는 서민이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형주/이유정/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